이병익 정치평론가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반응은 여야 대화부터 하라는 원론적인 거부의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 지금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정치권의 구태의 모습 그대로이다. 과거에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여당대표가 청와대의 낙점을 받아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 대표가 되었다. 그러므로 야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허수아비 여당대표와 대화하는 것이 격에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 대통령은 고심하는 척 하다가 받아들이곤 했었다.

당시에는 야당의 영수회담 제의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대표의 권위와 위상이 달라졌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당, 정 협조관계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실질적인 힘이 있는 대표로 바뀌었다. 야당의 대표가 여당의 대표를 우습게 볼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정치인들이 해결하는 것이 순리라는 의사를 정치권에 전달해왔다. 대통령은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결과에 따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밝혀온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던 시대의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없는 민주적인 대통령의 모습으로 보인다.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이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큰 사건이어서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하게 되었고 증인출석 문제로 양당 간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문제로 국조특위를 공전시키면서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오는 것과 동시에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신청하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갖는다.

모든 것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정치권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이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선결조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을 심산일 것이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정략적이고 부담스러운 회담을 제안해 놓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은 공정하지 못하다. 좌파시민단체들과 장외투쟁에 돌입해놓고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길거리 투쟁을 하기로 하고 좌파 시민단체들과 촛불시위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제 1야당이라고 인정해 줄 수가 없는 지경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뜻이라기보다는 강경한 친노세력의 주문일 것이라는 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관련 국가기록원의 자료가 없어진 것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였고 분실의혹을 받고 있는 과거 정부의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를 염두에 두고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국정조사가 정상화 되더라도 장외투쟁은 계속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장외투쟁이 민주당의 입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나 분명한 오판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기점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새누리당과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안철수 신당에 뺏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동안 좌파시민단체와 함께한 촛불시위를 보면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들고 일어난 촛불이라기보다는 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전례가 있다. 미군탱크 운전병의 실수로 어린 학생을 숨지게 한 미선‧효순이 사건도 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로 연결된 좌파들의 놀음이었고 미국산소고기 수입반대투쟁도 광우병을 연결시킨 좌파세력들의 정치적인 집회였음이 밝혀졌다.

미국산소고기는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정상적으로 소비되고 있고 광우병에 대한 위험은 없었다. 반미를 목적으로 대규모 시위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권을 흔들어서 정권퇴진을 기도하려는 획책이었다. 촛불의 크기는 국민의 관심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미, 좌파들의 트레이드가 되어버린 촛불시위에 대다수 국민들은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회담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체면을 고려하고 새누리당의 입지까지 생각한 역제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황 대표의 이런 제안도 정도는 아니다. 민주당과 대화를 진지하게 검토했다면 일찍 나서야 할 일이었다.

민주당은 좌파 시민세력에 기대려 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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