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미국의 전략중심축의 이동이다. 2011년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임의로 승전선언과 함께 종료 후,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그 중심축을 이동시켜 왔으며, 이는 도래할 아시아 태평양시대를 전망하며 기득권에서 선점을 차지하겠다는 속셈에서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중심축의 이동은 댜오이댜오섬(센카쿠 열도)과 황예다오(스카보러섬), 시사군도(호앙사군도), 난사군도(쯔엉사군도) 등 중국과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중국해에 발생하고 있는 영토분쟁과도 맞물리면서 동․서 즉, 미국과 구소련의 양강 구도가 깨진 후, 21세기 나타나는 새로운 질서를 서서히 형성해 가며 신 패권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유럽과 동맹관계를 맺으며 구소련을 압박 봉쇄해 냉전을 종식시켰듯이,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도 상호 필요충분조건에 의해 연대와 동맹을 맺어감으로써 대중국 포위 전략의 구실을 확보하겠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 공군 태평양 작전 사령관인 하버트 ‘호크’ 칼리슬 대장은 올해 태국․인도․싱가포르․호주에 전력을 순환배치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존재감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과 중국을 포위한다는 전략을 구체화 하면서, 미 공군 전력 또한 동맹국들에 순환배치 함으로써 네트워크화 하고 연합작전능력을 향상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점차 높여 나갈 전망이다.
요즘 조 바이든 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에 이어 중국이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있는 미얀마에 대해 미국 역시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오바마 대통령까지 전격 미얀마를 방문했으며, 44년 만에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또한 답방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 중에서 유독 베트남만큼은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토갈등을 빚고 있지만, 미국과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불신이 아직 잔재해 있는 반면, 중국과는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쯔엉 떤 상 베트남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음으로 인해 아세안 10개국의 연대는 아직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의 패권적 외교전략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6월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베트남 상 주석을 초청하는가 하면, 중국 외교부 왕이 부장은 지난 4월에 인도네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8월 1일 태국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고위급포럼에 참석한 뒤 6일까지 말레이시아․라오스․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해 외교장관들과 회담을 가짐으로써, 분쟁국들과의 영유권 갈등을 조정하고, 나아가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 의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행보 역시 미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해 12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택했다. 지난 5월에도 미얀마를 방문했으며, 지난달 25일에도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했다. 아베총리의 이같이 집중된 동남아 순방에는 아세안국가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포위망을 구축한 후 중국을 견제해 보겠다는 포석이 짙게 깔려 있다.
이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패권전략에는 양보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풍부한 수산자원과 석유 매장량 등 세계 총생산량의 2분의 1 이상을 생산해 내며, 미래 세계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할 아시아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성장을 위해 더 이상 과거의 아시아가 아니다. 2010년 한 해 미국의 아태지역과의 무역액은 1조 1천억 달러인데 반해 유럽과의 무역액은 6천 7백억 달러에 그침으로 그 규모는 거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 처한 미국으로서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19세기 말 당시 크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의 부동항 건설을 위한 남진정책, 이를 저지하려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일본의 동조와 협조를 얻으며 이 한반도 특히 거문도사건으로 충돌하게 된 역사적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오늘날도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의 영토분쟁과 맞물리면서 연대와 협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 포위하며 거대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면서 나타나고 형성되는 21세기 또 하나의 전선이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이용당하기만 했던 과거와는 다른 것은 강대국들과의 균형과 중립의 실리적 외교 전략을 동시에 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강대국들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처럼 미래의 주도권과 생존권을 놓고 처절하리만큼 인류는 오늘도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고 주변 정세를 정확히 읽고 대처해 우리에게 도래할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전략을 면밀히 세워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