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 연수원 교수

기본적으로 사람에게는 ‘자기표현 욕구(need for self-expression)’와 잘난 척 하고 싶어 하는 ‘자기 고양 욕구(need for self-enhancement)’가 있다. 또한 자기의 존재를 알리려는 의미에의 의지가 있어 뭔가 특별한 것을 찾게 되고 원하게 된다. 의미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인 셈이다.
심리학의 자아개념 이론을 보면 개인의 자아에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실제적 자아’와 자신이 되고자 소망하는 ‘이상적 자아’가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아개념과 일치하는 개성을 가진 브랜드를 선택하지만 그러한 브랜드 선택이 ‘실제적 자아’보다는 ‘이상적 자아’ 또는 ‘상징적 자아’에 바탕을 두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은 브랜드 제품에 열광하는 것 같다. 소비자 행동 연구자인 러셀 벨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하여 개인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자기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소비자가 특정제품을 소비하면 유사한 급의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 집단과 같아진다는 파노플리 효과(effect de panoplie)를 언급하면서 명품이 현대사회를 다시 계급사회로 나눈다고 보았다. 명품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나 우수성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고 구매에 따른 다양한 위험을 줄일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계급이 무너진 요즘 시대에 명품이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어 사람들을 명품에 열광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감 결여, 불안감 또는 열등감을 해소하고 스스로를 위로받는 수단으로 부자나 연예인의 소비 형태를 무작정 따라하는 모방 소비 경향도 있다. 사람들의 불만이 열등감이 아니라 무가치함 즉 무의미하고 공허한 느낌에서 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진공을 메우기 위해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8~18세 어린이와 청소년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에서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비물질적인 항목을 응답했고, 반면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소유와 관련된 항목을 응답했다. 브랜드라고 인식되는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자존감이나 자기 효능감을 높이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마케팅 대상에 사람도 포함된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 휴먼 브랜딩, 노년의 자기다움이라는 뜻으로 실버 브랜딩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의 브랜드는 외부의 치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 상호 신뢰성 등 무형의 가치를 통해 구축된다.
따라서 자기 차별화 포인트를 내면의 명품화로 설정해야 한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브랜드는 마음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자기의 브랜드는 자기가 정의내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제3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