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김영두 선생 ‘일본 선교를 위한 서도전시회’… 전액 일본 선교 위해 헌금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83년부터 일본 활동을 했어요. 현지에 있다 보니 일본에서는 일본어로 (성경을)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본어로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자 말고 한글로도 써야 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세 나라의 언어로 쓰게 된 것이에요.”
지난 10일 일반적인 서도 전시회와는 사뭇 다른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에서 열렸다. 고암 김영두(91) 선생이 한‧중‧일 3개 국어로 써내려간 성경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도 작품들은 성경구절을 소재로 삼아 한글, 한문, 히라가나로 별도 작품으로 쓰거나 한 성경 구절을 3개 국어로 동시에 쓰는 등 다양하게 표현됐다.
성경 구절은 고암 선생의 붓끝에서 각국어로 만든 예술 작품으로 바뀌었다. 글자들은 화선지 위에서 거침없이 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은 성경 구절에 담긴 메시지에 따라 글자들이 힘 있게 우뚝 서 있거나 즐거운 가락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흔들 듯 춤을 춘다. 그의 작품에서는 젊은이의 힘찬 기백과 함께 세상을 만사를 겪어낸 섬세함이 묻어난다.
특히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흘러내리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암 선생이 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4년. 아내와 사별한 뒤 아내의 병구완을 하면서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다. 그 후 성경 구절과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20여 차례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전시회들을 통해 한‧중‧일 간 민간외교와 친선강화에도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불우이웃돕기, 소년소녀가장 돕기, 장애인 돕기 등 많은 자선활동도 펼쳐왔다.
고암 선생의 작품은 규장각에도 보존돼 있다. 규장각 서도 분야에는 안평대군, 한호 한석봉, 추사 김정희 등의 작품이 보존돼 있다. 현존하는 서도작가로는 고암 김영두 선생의 도록이 유일하다.
고암 선생의 작품은 일본에서 더 인정을 받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동생이자 전 문부대신인 하토야마 구니오는 고암 선생의 일본지역 후원회장을 할 정도로 작품에 매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만 고암 선생은 91세인 지금도 서도에 대해서는 배가 고프다.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겸손이 몸에 배였다.
“늘 미숙한 작품을 보여드려 부끄럽고 죄송스럽죠. 서체는 볼품없지만 내용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하신 성경 말씀이니 말씀으로 은혜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서체에 대해서는 지적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해주세요. 많은 지도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고암 선생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말씀선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일본선교를 위해 전시회 수익금 전액을 헌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를 찾은 한국기독교회관 기태엽(70) 목사는 “91세라는 나이에도 하나님을 위한 선교를 한다는 게 본이 되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정신으로 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전시회 개막예배 및 행사에는 전 국회의장 김수한 장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철용 목사 등 개신교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