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교연, 논평 내고 보수 연합기관 통합 흐름 일침
“한교총은 정체성부터 찾고 한기총은 기관 정상화 우선”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밖에서 불어오는 강풍도 문제지만 더 큰 위기의 원인은 한국교회 내부에 있다고 본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독선과 오만이다. ‘나’ 아니면 ‘안 돼’ 식의 독선과 아집, 자만이야말로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작금에 진행되는 (연합기관)통합 논의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최근 임시대표 체제 하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을 결의한 것에 대해 개신교 보수연합기관 중 한 곳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기총이 한교총과의만 통합에 몰두하면서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이 ‘반쪽’ 통합으로 가고 있는 흐름을 공개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교계에 따르면 한교연은 지난 13일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 관한 성명에서 “한국교회가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며 “그러나 제아무리 목적이 선해도 수단과 방법이 복음의 궤도를 벗어나면 하나님께 인정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교연은 최근 한기총이 과반수를 겨우 넘겨 통합을 결의한 것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한 연합기관이 타 연합기관과 통합을 결의할 때는 다수결이라는 힘이 아닌 전체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반대의 목소리도 존중하고 포용하는 정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교연은 “오랫동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존재해온 한기총이 왜 오늘과 같은 상황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깊은 숙고와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한기총이 분열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불의한 금권 선거에 있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 보수의 분열을 불러왔고 교회 안팎에 신뢰를 상실하게 됐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교연은 “한국교회에 불어닥치는 또 다른 위기는 보수와 진보의 혼재라는 정체성의 혼란”이라며 “한국교회 안을 들여다보면 복음주의와 혼합주의가 뒤엉켜 진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보수 통합과 관련해 한교총은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한기총은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한교연은 “본회는 작금에 진행되는 통합 논의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조건적인 기계적 통합, 통합 지상주의가 아닌 최소한의 원칙과 순리가 지켜지는 올바른 통합의 방향성이 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한교연은 한기총이 대표회장직을 둘러싼 금권 선거 등으로 마찰과 파행을 빚던 중 2013년 3월 출범했다. 한기총의 부정부패 등을 지적하며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후 한기총과 한교연은 각각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교계 내부에선 이 두 기관에 대해 통합 요구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여러 차례 통합을 시도했으나 이단 문제 등을 둘러싼 대립으로 난항을 거듭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경부터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의 통합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세 기관 모두 통합의 필요성과 시대적 요구엔 모두 공감했지만, 통합을 위한 세부 조건에 대해 견해차를 보이면서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분열은 지속됐다.
최근 한기총이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을 통과시켰고, 한교총에서도 한기총과의 통합을 찬성하면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은 현재 국내 가장 많은 교단이 가입한 만큼 개신교 통합과 연합의 선봉임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대정부 소통 창구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곳도 한교총이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등과 연관이 있는 교단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보수 개신교계에 있어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수 연합기관 사이에선 한교총의 정체성 등을 거론하며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