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2022년 1차 임시총회를 열고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출처: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2022년 1차 임시총회를 열고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출처:한기총)

한기총 임시총회서 통합 찬성
선거 과정 반대 의견도 팽팽
이단 문제 해결 명칭 통합 등
논의해야 할 과제 산더미
연합기관 통합 시기 불투명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한국 개신교계의 숙제인 연합기관 곧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을 계속 논의하기로 간신히 결의했다. 통합을 이루자는데 대체적인 뜻을 모았지만, 실제 이루기까지 순탄치 않을 조짐이다. 한기총 회원 중에도 여전히 한교총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고 한교총 내부에서도 명칭 등 한기총과의 통합에 아직 의견 합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통합 성사까지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최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에 대한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관 통합’에 대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135표 중 통합 찬성이 70표, 통합 반대 64표, 무효표 1표로 통합 찬성이 최종 통과됐다.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통합 동력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한기총이 통합 추진을 결정하면서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지만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총회만 보더라도 한기총 내부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총회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먼저 통합 찬반을 묻는 투표 과정에서 개표 수가 재적 인원 수보다 많이 나오는 등 선거 내내 소란이 일었다. 총대들에게 나눠준 투표용지는 134표였지만 개표하기 위해 총대들에게 걷은 표는 136표가 나오면서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효표를 제외하고 가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일부 총대는 불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는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기관 통합에 대한 설명을 담은 문서를 나눠주자 총대들 사이에서는 “기관 통합하면 한기총이 해체되는 것 아닌가” “통합하면 작은 교단의 존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임시대표회장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 등 불만이 잇따랐다.

한교총과만 통합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한 총대는 “한국국교회연합(한교연)을 제외한 채 한교총과만의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교연은 한기총이 임시대표회장 체제에서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현재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서 한발 빠진 상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세 연합기관이) 한번에 통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순차적으로 통합해 결과적으로 원래의 모습이 회복된다면 그것도 통합 아니겠느냐”며 “한교총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한교연과의 통합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교총 일부 교단이 세계교회협의회(WCC)와 교류한다는 점도 통합 반대 원인으로 거론됐다. WCC는 전 세계 교회의 일치를 지향하는 초교파적인 교회 협의체다. 국내 보수 개신교는 WCC를 ‘용공’이라 비판하며 비성경적이라 규정,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이 외에 총대 사이에선 한교총에 속한 교단과 단체가 한기총에 가입하면 끝나는 것이지 통합을 논의할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총대들에게 한국교회 전체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기총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중차대한 안건인 만큼 개인의 사사로움을 뒤로 하고 공의롭게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회가 분열을 거듭하며 교세와 지도력 등 위기를 맞은 만큼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란 의미다.

우여곡절 끝에 한기총이 ‘통합 찬성’이라는 결론을 냈지만 기관 통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한교총과의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여전하고, 한교총 내부에서도 한기총과의 통합을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임시총회 당시 한기총이 총대들에게 제시한 통합과 관련한 세부합의안을 보면 한교총의 공감을 얻기 힘든 조항도 보인다.

한기총은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한기총의 이름과 역사를 그대로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 역시 “기관통합은 과거 하나였던 한기총 원래 모습으로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한기총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새롭게 출발하려는 통합 연합기구가 한기총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한기총의 정치적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교총이 보수-진보 진영의 교단들이 모든 연합한 기구인 만큼 보수 색채가 짙은 한기총의 이름을 사용하기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통합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이단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도 통합의 장애물로 꼽힌다. 

한기총 총회에서 통합 찬성이 통과되면서 이제 한교총 총회의 결정이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 총회에서 통합 안건이 통과해야 통합이 이뤄진다. 한교총 총대들이 한기총 명칭 사용 등 통합 조건에 대해 공감할지,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어느 시대든 분열하면 망하고 연합하면 흥했다. 한국교회도 분열의 혹독한 대가를 지금까지 치러왔다”면서 “한기총의 연합기관 통합안 가결을 존중하며 환영한다.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용서와 화해로 하나 되고 연합하는 것”이라며 연합기관 통합을 다짐했다.

일각에선 연합기관 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지형은 목사는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기총과 한교연과 무리하게 통합할 필요가 없다. 기독교 연합단체가 사회적으로 힘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 기독교 역사에 있었던 십자군의 논리”라며 “참된 기독교 신앙의 힘은 조직과 제도에 있지 않다. 십자가의 복음에서 드러난 희생과 사랑이 진정한 힘”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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