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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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초기 투자한 유럽 스타트업 7곳이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로 사업 영토를 넓히고 유망 벤처를 발굴하기 위해 유럽 투자 펀드를 결성한 지 6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네이버의 유럽 투자 현황과 성과’에 따르면 네이버가 유럽 사업을 확장하고자 2016년부터 코렐리아캐피털을 통해 출자한 ‘K-펀드1’이 투자해온 스타트업 17개 중 7개가 최근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올해 4월 기준 7개 유니콘 기업 가치를 합하면 20조원에 육박한다.

네이버는 K-펀드1을 통해 총 3억 3000만 유로(약 4410억원)를 투자했는데, 투자 기업들의 현재 가치를 감안하면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이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투자 지분 가치만 1조원을 넘는다. 해당 펀드는 작년 말 투자를 모두 완료했지만 네이버는 회수에 나서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다고 한다.

네이버의 유럽 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 전략을 설계한 덕분이다. 단순 투자를 통한 회수로 이익을 내기보다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와 기술에 집중했다. 이커머스,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블록체인이 대표적이다. 벤처캐피털(VC)로서 자금만 투자하기보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AI 솔루션을 비롯한 네이버의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유럽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진 현지 유력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사업 협력은 네이버가 현지 영향력을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현지 사업이 잘될수록 스타트업에 대한 네이버 지분 가치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어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투자 수익뿐 아니라 글로벌 벤처투자사·스타트업과 혈맹 관계가 되면서 해외 진출에 보다 많은 동맹군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세계 시장을 크게 유럽과 아시아로 보고, 유럽은 코렐리아캐피털, 아시아는 미래에셋증권을 투자 파트너로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분석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함께 동남아 현지 1위 플랫폼인 모빌리티의 그랩, 싱가포르 리셀 벤처인 캐로셀에 선점 투자를 하면서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네이버 솔루션을 심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는 일본 시장과 메타버스 등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코렐리아캐피털과 함께 최대 4억 유로(약 5400억원) 규모의 ‘K-펀드2’를 조성해 유럽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플랫폼·이커머스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코렐리아캐피털은 신생 VC임에도 뛰어난 실력으로 네이버의 유럽 투자를 돕고 있다고 한다 코렐리아캐피털은 네이버와 K-펀드2 구성을 완료했다. 이번 펀드에는 네이버뿐 아니라 프랑스와 한국의 주요 기관투자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단기 회수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빅테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유럽 현지에서 ‘넥스트 유니콘’을 찾기 위해 극초기 스타트업 발굴에도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최근 네이버의 유럽 창업 인큐베이터인 ‘스페이스 그린’에는 프랑스 현지 유망 스타트업 5개를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스타트업은 AI 기반 만화 플랫폼, Z세대를 위한 패션 마켓,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 블록체인 등 네이버가 주목하는 분야다. 네이버의 성공은 국내 다른 기업들도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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