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로 무너진 석축 공사와
상춘객 방문 겹쳐 갑론을박
“그대로 뒀으면 더 큰 사고
관광객 안전 위한 긴급조치”
[천지일보 남해=최혜인 기자] 경남 남해군 대표 관광지인 다랭이마을에서 진행 중인 ‘석축 보강공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논란이 빚어진 다랭이마을 다랭이논은 국가지정 명승 제15호로 바다에서 시작된 두세 폭의 좁고 기다란 논들이 계단처럼 이어져 있다. 45도 이상으로 경사진 비탈에 108층 680여개의 논이 층층이 펼쳐진 장관에 수많은 관광객들 찾는 곳이다.
이곳에는 최근 무너진 석축을 다시 올리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7일 남해군에 따르면 다랭이마을보존회는 군비를 포함한 문화재청 예산과 경남도비 등 3억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석축 보수공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봄철을 맞아 이곳을 찾는 상춘객 중 일부 관광객들이 공사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면서 공사 추진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먼저 활짝 핀 유채꽃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굴착기가 돌아가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상춘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관광에 차질을 준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석축 보수공사는 오히려 관광객들의 더 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것인데다 다가올 영농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상충되는 모습이다.
이에 남해군 문화재팀 관계자는 “작년 태풍 때 한번 무너졌고 그 상태에서 최근에 비가 왔을 때 추가로 석축이 무너져 보존회에서 이같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석축은 땅이 딱딱한 겨울엔 공사할 수가 없어 3~4월에 석축을 쌓게 된다. 이게 무너진 부분이 많다 보니 관광객들이 무너진 곳으로 접근하면 다칠까 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이제 5월이 되면 모내기 철로 용수공급과 모심기를 해야 하는데 시기가 더 늦어지면 영농에 차질이 생기게 돼 어떨 수 없이 긴급복구공사를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으로선 사진 촬영 시에 공사 현장이 나온다든지 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유채꽃이 넓게 형성된 만큼 사진 찍을 곳은 위험한 석축 근처 말고도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고 답변했다.
다랭이마을보존회 관계자도 “지난주에 소나기처럼 비가 엄청 왔었고 작년 태풍 이후 버티고 있던 석축이 무너졌다”며 “위험해 막아놨던 상태였는데 관광객들이 자꾸 들어가더라. 사람 다치겠다 싶어서 긴급복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내일까지 공사는 다 끝난다. 돌을 나르고 하면 2주 가까이 걸리는데 주변에 돌이 많고 잡석 양이 충분하기에 빨리 끝나는 것”이라며 “석축이 안 무너졌으면 4월 말까지 놔뒀을 텐데 그대로 뒀다가 만일 사람이 다쳤다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사람이 먼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랭이마을보존회에 따르면 논마다 심겨 있는 유채꽃은 사실 관광객들을 위한 목적으로 심은 것만은 아니다.
남해는 이모작을 하기에 5월 중순부터 준비하는 농가가 많다. 다랭이마을의 경우 유채꽃을 양분으로 쓰기 위한 준비로 인해 5월 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유채를 베고 말려서 갈아 다시 거름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관계로 다른 곳보다 다소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겨울 농사를 안 지으면 잡초가 자라고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유채를 기르면 농약을 안 쳐도 땅이 기름진 상태로 유지되는 데다, 무엇보다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쓸 수 있게 된다.
다랭이마을보존회 관계자는 공사 시기에 대해 “작년에도 공사는 4월에 했다”며 “땅이 얼면 석축 위험성이 많고, 특히 얼었다가 날이 풀리면 무너질 수도 있기에 겨울에는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