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지난 18일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기총) ⓒ천지일보 2022.2.24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지난 18일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기총) ⓒ천지일보 2022.2.24

한기총 임원회, 한교총 통합

기본합의서 채택 표결 부결

한교총 WCC 가입 교단 지적

통합 논의 중단 위기 봉착

4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결과에 따라 무산 가능성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이 또 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통합 기본 원칙 합의 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기대되던 연내 개신교 연합기관의 통합 성사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교계에 따르면 한기총은 최근 제33-01차 임원회를 열고 지난 18일 한교총과 합의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의 채택을 요청했지만, 일부 임원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한기총 임시 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는 “보수 연합기구 통합을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오는 4월 말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차기 대표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김 변호사는 신임 지도부가 논의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며 보수 연합기관 통합 논의 무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한기총과 한교총은 통합을 목표로 3대 기본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3대 기본 원칙은 ▲통합된 연합기관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이끌어온 교파의 신학을 존중하는 상호존중 ▲1인 대표와 집단 협의체(라운드 테이블) 형식의 공동 리더십 발휘 ▲회원교단과 단체, 교회의 사역 및 발전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능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양 기관은 연합기관의 회원, 지도체제, 법인, 재정 등의 제반 사항을 협의한 후 각 기관 임시총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단일 기관으로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기총 내부 인사들의 반발로 꼬이기 시작했다. 한기총 강경 보수 세력들은 보수·진보 진영의 교단이 모두 연합한 기구인 한교총과 절대 하나 될 수 없다며 통합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 한기총 증경총회장과 한국교회 보수 진영 목회자들은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전국 기독교 지도자 대회’를 열어 한교총과의 통합을 규탄하고 통합을 추진한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 변호사에 대한 반감을 터트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전국기독교지도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전국기독교지도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3

이날 전광훈 목사는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줄을 세우려고 발광을 하고 있다”면서 “소강석은 주사파다, 한국교회를 문재인 대통령 앞에 줄을 세우려는 게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또 “가짜 임시 대표회장(김현성 변호사를 가리킴)을 조종해서 한기총을 먹고, 종로5가를 하나로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줄을 세우려 한다”며 “종로5가를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기총과 한교총, 한교연(한국교회연합) 등 국내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합기관 통합 문제를 위한 회장급 협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기관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준비하는 데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하면서 한기총 소속 이단 규정 교단과 한교총 내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교단 등을 놓고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기본합의서 채택 역시 WCC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한기총 임원회에서 한교총과 통합에 반대한 일부 임원은 ‘WCC 가입 교단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열린 임원회에서도 WCC를 거론하며 한교총과의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WCC는 전 세계 교회의 일치를 지향하는 초교파적인 교회 협의체다.

장로교 등 국내 개신교는 이 협의체 가입 문제를 놓고 양분된 상태인데 보수 개신교는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동성애 옹호’ 등을 이유로 WCC를 비성서적이라 규정,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 대표회장은 이와 관련해 “(합의문에)나와 있지도 않은 WCC 문제를 들고 나와서 반대 논리를 편 것은 통합 자체에 대한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몇몇 분들의 강한 반대 입장에 (채택)표결이 쏠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기총 내부의 반발로 기본 합의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보수 연합기구 통합 추진은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선거 결과에 따라 통합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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