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1.5
부산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1보에서는 지난 기사 <독소조항으로 ‘삼성전자 독무대’ 만든 부산시교육청 입찰>에 대한 부산시교육청의 해명과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분석한다.

‘삼성 제품’ 밀어준 의혹 부인

“입찰, 공정·투명하게 하겠다”

낙찰자, 사업 수행 태도 주목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지난 11일 본지가 보도한 기사와 관련해 부산광역시교육청이 해명자료를 전달했다. 다만 해명에도 아직 풀리지 않는 의혹이 몇 가지 존재한다.

◆크롬북 13인치, 독소조항인가 아닌가

부산시교육청은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를 삼성전자의 독무대로 만들어준 독소조항이 없었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항을 넣어준 건 맞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11월 공고한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크롬북은 13인치 이상인 제품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13인치 제품 중 조달청에 등록된 크롬북은 삼성전자의 제품뿐이었다.

삼성전자 외 13인치 크롬북이 있는 제조사는 아수스(ASUS)뿐인데 해당 회사의 제품은 조달청에 등록되지 않았다. 이에 교육기관에 보급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조달청에 제품을 등록하는 것인데 등록된 제품 중에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조달청에 등록하는 건 교육기관에 보급할 걸 염두에 둔 것인데 등록 여부에 따라 (제품) 재고 수량 등 차이가 크다”며 “너무 뻔히 삼성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규격으로 만들어 놓고 다른 제품이 있으니 독소조항이 아니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산시교육청 제안요청서 중 크롬북 규격.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내 부산시교육청 제안요청서 캡처)
부산시교육청 제안요청서 중 크롬북 규격.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내 부산시교육청 제안요청서 캡처)

◆해당 크롬북, 교육용으로 적합한가

13인치 크롬북이 교육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12인치 이하가 교육용 라인업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크롬OS 개발 업체인 구글의 공식 문서(Selecting the right Chromebook for your school, staff and students)를 보면 구글에서 제시하는 규격은 총 3가지 영역(Basic Classroom Use, Learning Anywhere, Advanced Use)에서 RAM, CPU에 관해서 최소 사양만 제시하고 있다”며 “구글에서는 밀리터러 스펙에 상응하는 수준의 교육용 라인업을 제시한 사례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밀리터리 스펙은 쉽게 말해 학생들이 사용 도중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해도 부서지지 않는 내구성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본지가 주장한 것처럼 ‘밀리터리 등급’으로 표시된 회사의 외국산 크롬북을 실제 부산시교육청에서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 운영 시 구입, 활용한 결과 OO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 중 활용하는 과정에서 약 10%가 파손된 사실이 보고됐으며 OO초등학교, △△초등학교, □□고등학교에서도 동일 기기 파손이 다수 보고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밀리터리 등급의 기기는 아예 부서지지 않는게 아니라 일반 기기보다 더 튼튼할 뿐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제시한 사례인 OO중학교, OO초등학교, □□고등학교 등에서는 기기가 떨어져 파손된 게 아니라 학생들이 고의적으로 던져서 파손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크롬북에 정통한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글로벌 제조사까지 포함해서 스탠더드로 봤을 때 교육용 라인업은 밀리터리 스펙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급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밀리터리 등급이 검증된 타제품에 비해 삼성전자 제품은 떨어뜨리면 박살이 쉽게 난다”며 “다른 제조사도 13인치 이상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단 밀리터리 스펙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육용 라인업으로 나와 있는 12인치 타사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밀어주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굳이 13인치 이상이어야 하는지는 아직 의혹이 남는다. 12인치로만 규격을 완화했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기업들도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지난 5일 오전 11시 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부산교육 운영 방향과 주요 추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공: 부산광역시교육청) ⓒ천지일보 2022.1.10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지난 5일 오전 11시 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부산교육 운영 방향과 주요 추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공: 부산광역시교육청) ⓒ천지일보 2022.1.10

◆부산시교육청 “실감형콘텐츠 사용 안 해”

삼성전자 크롬북 제품 자체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는 “‘실감형콘텐츠’를 안 쓴다”고 일축했다. 교육용 ‘실감형콘텐츠’ 사용을 위해서는 크롬북에 카메라가 앞뒤로 2개가 있어야 하지만 삼성전자의 크롬북은 카메라가 전방에만 있어 AR 콘텐츠의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제품으로 사업을 수행했던 지방 교육청 중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는 이 문제로 불편을 겪은 선생님들의 불만이 나온 바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등은 해당 리스크를 안은 채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사업의 목적은 부산시교육청 소속 모든 학교에 기설치된 블렌디드 교실 환경에서 교육용 플랫폼(구글 클래스룸, MS 팀즈 등)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데 있다”며 “실감형콘텐츠 활용 여부와 카메라의 수량은 본 사업을 수행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실감형콘텐츠 앱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패드용으로 제작된 앱(프로그램)이 다른 플랫폼(크롬, 윈도우 등)에서 작동하지 않는 점은 플랫폼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그런데 특정 업체 크롬북이어서 호환이 안 된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했다.

그런데 후면 카메라가 없는 삼성전자 크롬북 제품 외의 타사 크롬북에서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다.

부산시교육청 로고.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0.19
부산시교육청 로고.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0.19

◆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했나

부산시교육청은 “이 사업은 단순히 물품만 구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계정작업, MDM설치, 유지보수, A/S지원, 콜센터 운영 등 용역이 수반된 사업이기 때문에 다수공급자계약(MAS계약) 등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하며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협상에 의한 계약을 추진하면서도 납품업체 선정에 있어 평가항목에 ‘중소기업 참여 지분율’을 포함시키는 등 중소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산시교육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 입찰로 들어가 유찰을 시킨 후 수의계약으로 낙찰됐다.

이들이 계정작업, MDM설치, 유지보수, A/S지원, 콜센터 운영 등 부산시의 교육기관을 위해 사후관리까지 철저히 수행할지 관심이 모인다.

부산시교육청은 “디지털 기반의 미래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교수자 수업 환경의 디지털화(블렌디드 교실), 학생 수업 환경의 디지털화(학습용 스마트 기기)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상황을 반영해 미래 교육환경 완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입찰·계약 등의 업무 추진 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교육청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한 이유. (제공: 부산시교육청) ⓒ천지일보 2022.1.18
부산시교육청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한 이유. 이 사업은 단순히 물품만 구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계정작업, MDM설치, 유지보수, A/S지원, 콜센터 운영 등 용역이 수반된 사업이기 때문에 다수공급자계약(MAS계약) 등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하며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적혀 있다. (제공: 부산시교육청) ⓒ천지일보 20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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