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천지일보 2022.1.17](https://cdn.newscj.com/news/photo/202201/791185_811869_4544.jpg)
“책임 통감 국민께 사과드려”
퇴진했지만 최대 주주로서
HDC현산 경영간섭 가능해
또 ‘재발 방지 약속’ 실효성은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면피용 사퇴’라는 지적과 함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 회장이 HDC현산 회장직에선 물러났지만 HDC그룹 회장 자리는 유지하는 만큼 대주주로서 경영과 지배구조에는 실질적으로 변화가 없다는 비판이다.
또 정 회장이 피해보상과 사고수습, 실종자 구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무너져내린 신뢰가 어떻게 회복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23년만 HDC현산 회장직 내려놔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C현산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HDC현산의 회장직을 맡은 지 23년 만이다.
이날 정 회장은 “지난해 광주 ‘학동 참사’와 이번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고의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사과드린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사퇴는 지난해 6월 사망 9명 등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학동 철거 붕괴사고’와 더불어 7개월 만에 시공 중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가 2차례나 발생하면서 악화한 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천지일보 2022.1.17](https://cdn.newscj.com/news/photo/202201/791185_811870_4544.jpg)
◆“회장직 사퇴는 면피용 불과”
정 회장이 23년간 지켜온 HDC현산 회장직 사퇴를 내걸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HDC현산 회장에서는 사퇴했지만, 여전히 HDC현산 경영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정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HDC의 지분 33.68%를 갖고 있고, HDC가 가진 HDC현산의 지분은 41.52%다. 즉 HDC의 최대 주주인 정 회장이 HDC현산 회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최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또 애초에 정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이사회 의결권이 없었고, HDC현산은 유병규 사장과 하원기 전무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가고 있어 HDC현산의 경영 공백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정 회장의 이번 사퇴 발표가 ‘퇴진쇼’라고 비난한다.
3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HDC현산 퇴출과 정몽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윤만 앞세워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HDC현산을 건설업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정몽규는 경영 일선 ‘퇴진쇼’까지 벌이고 있다. 최대 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정몽규의 사퇴는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열린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7](https://cdn.newscj.com/news/photo/202201/791185_811871_4544.jpg)
◆“신뢰 회복 총력, 철거·재시공 고려”
정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의 신뢰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아파트 철거와 재시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HDC현산을 통해 문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를 비롯해 전국 65개 작업 현장에 대한 외부 안전 진단을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진단 결과 문제가 있으면 아파트 전면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입주를 앞둔 주택을 포함해 HDC현산이 짓는 모든 건축물의 보증 기간을 30년까지 늘린다”고 강조했다.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 기간은 10년이다.
한편 아이파크 사고 현장에선 실종자 5명이 여전히 구조되지 않았고 수습까지 수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 회장과 HDC현산이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기만 하다.
또 지난해 6월 사고 당시도 정 회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HDC현산은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은바 있는 만큼 이번 약속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