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0

물가 ‘상고하저’ 흐름 전망

공급망 차질, 기저효과 영향

‘민생안정대책’ 시기 앞당겨 발표

전기·가스요금 등 현 정권서 동결 지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작년 물가 고공행진이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가운데 고물가 행진은 올해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전히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으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가 계속돼 불안요소가 많다. 더구나 농축수산물 등 ‘밥상물가’도 정상 궤도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표심을 위해 부랴부랴 대응에 나설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p) 적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2.5%)이 10년 만에 최대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낮은 수준은 아니다. 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2%대를 웃도는 것도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1분기에는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분기 물가 상승률이 3.5%로 2011년 4분기(4.0%) 이후 가장 높았는데, 1분기의 경우 1.5%로 물가 상승 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터라 기저효과로 인해 오름세 둔화는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도 올해 물가 흐름을 ‘상고하저’로 예측했다.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이 당분간 물가를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5%p에 달했다. 공급 측 요인 전체로 보면 해당 품목들의 기여도는 2020년 0.2%p에서 1.3%p로 확대됐고, 연간 물가 상승의 절반 이상인 53.2%를 차지했다.

여기에 점진적 일상 회복, 내수 회복세 등으로 수요 측 상방 압력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개인서비스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0.8%p였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세와 오미크론 바이러스 전개 양상 등은 올해도 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서민 생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올해 정책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설 민생안정대책’을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설 명절 4주 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주께 관련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배추, 무, 사과 등 16대 성수품의 공급 확대 방안도 설 명절 3주 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역시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르다. 올해부터는 부처별로 소관 품목을 책임지는 ‘물가 부처책임제’도 도입한다. 이는 각 부처가 소관 품목에 대한 가격·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단기 수급 관리와 구조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5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DB

특히 서민 지갑 사정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1분기 동결하겠다는 운용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연료비 등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연중 분산해서 요금을 올릴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전력은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2분기부터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에 따라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내놓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오는 5월과 7월, 10월 등 3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올릴 예정이다. 곧 이번 정부가 아닌 다음에 들어서는 정권에서 전기·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같이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과 관련해선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가스요금이나 전기요금 등은 상승 압력이 굉장히 크기에 정상적으로 올려야 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못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부가 대폭 올릴 것이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을 줄까봐 당장 올리지 못한다고 말하는 정부 입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당연히 모든 물가는 시장경제에 맡겨서 자연스럽게 올라야 되는 건데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억지로 억누르고 막는 것이다”면서 “한전(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수조원 적자를 감내하고 지금까지 억눌려왔는데 선거 이후로는 요금이 확 올라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며 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겨서 모든 공공기관 요금도 같이 오르도록 하는 것이 경기나 물가에 더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요금 동결로 물가를 억제한다는 것은 응법 처방 정도의 성격밖에 되지 않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시적으로 속도를 조금 늦추는 효과를 기대해볼 순 있으나 근본 처방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2022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작년 12월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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