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상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진료상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5천만원 이상 타간 사람도 9만명 달해

올해 3조원 적자 우려, 소수 과잉진료에 보험료↑

의료계 반발로 ‘청구 전산화 도입’ 계속 무산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연간 수조원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지난해 1천만원 넘게 보험금을 타간 사람이 76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천만원 넘게 타간 사람도 9만명이나 달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가운데 1천만원이 넘는 고액 수령자는 76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2%로 집계됐다. 또한 보험금 지급액이 5천만원을 초과하는 가입자도 9만명에 달했다.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받은 가입자는 1313만명으로 전체의 37.6%에 해당한다. 이들이 받은 보험료는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연간 단위로 가입자의 60% 내외는 실손보험을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노후·유병자 실손을 포함한 개인 실손보험의 보험 손익(보험료수입-보험금-사업비)은 금융감독원 발표 기준으로 2조5천억원 적자(손실)였다.

가입자의 실손보험 활용 비율이 낮은 데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소수의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의료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다초점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비타민·영양주사 같은 건강보험 미적용 진료, 즉 비급여 진료는 대규모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큰 손실을 이유로 올해 1세대(2009년 9월 이전 판매) 구(舊)실손보험의 보험료를 6.8∼21.2%,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보험료를 6.8∼21.2% 각각 올렸음에도 적자는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출처: 연합뉴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출처: 연합뉴스)

올해 6월 말 기준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보험 손익은 1조 4128억원 적자로 연말까지 적자 규모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보험 계약에서 손해보험의 점유율(82%)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실손보험 적자는 3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 유력하다. 소수 가입자의 진료비를 대기 위해 전체 가입자가 보험료의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셈이다.

의료 이용량이 많으면 보험료를 할증하는 4세대 실손보험이 7월 출시됐으나 3500만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할증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손보험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 가입자도 보험료 부담을 나눠서 지게 된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논의는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됐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사 계약을 의료기관이 처리해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지만, 진짜 반대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업계도 환영이고, 소비자들도 원하고 있지만, 심평원이 비급여 항목 자료를 확보하게 되면 개인병원 등에서는 의료비를 부풀려서 진료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는 측면도 있어 반대하는 것도 일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심평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데이터 교류를 통해 필터링이 되고, 의료계에서 장난치는 부도덕한 과잉진료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에 전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수년내 될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회장은 “비급여 진료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병원 운영의 커다란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전산화를 하게 되면 이것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나니깐 병원에서 두려워하는 것”이라면서 “보험사가 소비자편익을 목적으로 전산화 목소리를 내지만 그간 소비자를 우롱했던 부분도 일부 사실이기에 의료계와 보험계의 팽팽한 대립으로 전산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보험업계는 대규모 적자를 고려해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내년에도 올해 이상으로 실손 보험료를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치솟는 물가와 내년도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백내장 검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내장 검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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