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10.3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0181_787708_4834.jpg)
진보성향 개신교 연합기관
NCCK 총무 영결식 참석
故노태우 추모 기도 논란
“사죄 마음 가슴에 새기고
평화 기여 유족되길” 기도
“직접 사죄 한번도 없어
국민 분노슬픔 여전한데
대리 용서 말도 안된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해 기도한 것을 두고 소속 단체 내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2일 교계에 따르면 이 목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거행된 노 전 대통령 국가장에 4대 종단 중 개신교 대표 인사로 참석해 추모 기도문을 낭독했다. 이 목사 외에도 개신교계에서는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등 일부 목사들이 함께 자리했다. 이 총무는 당시 추모 기도문을 통해 “오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깊은 회한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신 고인을 추념하며,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유족이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직접 사죄를 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목사가 ‘사죄’란 단어를 써가며 고인이 마치 사죄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NCCK 이 총무는 노태우 국가장을 강행하는 정부에 대한 반대와 문제 제기는 고사하고 직접 참석해 섣부른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며 쿠데타의 주범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이 총무는 고인이 ‘사죄의 마음을 남겼다’고 언급했지만 노태우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광주사태는 중국 문화혁명 희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고 회고록에서도 군사 반란과 5.18 학살에 대하여 반성하는 기미는커녕 왜곡으로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입으로 단 한 번도 잘못을 사죄하지 않았고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 것이 전부”라며 “대승적인 통합과 화해의 차원에서 참석했다 할지라도 그것은 학살 당사자의 철저한 사죄와 국민적 납득이 선행됐을 때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활동하는 50여명의 청년들은 성명을 내고 이 총무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죄하지 않은 노태우를 용서할 수 있는 대리인은 없다”며 “광주 영령 앞에 무릎 꿇지 않은 채 아흔 살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공적 애도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학살한 이를 위한 국가의 장례라 얼마나 공허한가. 공이 있으니 예우를 갖춘다는 위선으로 41년 광주의 슬픔이 다시 흐른다”며 “그 거짓과 왜곡의 자리에 서서 고개 숙인 이 총무의 추모 기도는 너무도 초라했고 비열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무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유가족의 가슴에는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국민의 마음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한데 용서와 화해를 ‘하나님의 구원 행동 증표’로 표현한 것은 회복적 정의가 아닌 폭력적 정의”라며 “5.18 유가족과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 총무는 노태우 영결식 참석에 대해 사과하고 기도내용으로 상처받은 5.18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역시 “노태우 장례식에 참가해 부적절한 기도문을 읽은 이번 사태에 대해 5.18 유가족을 비롯해 여전히 국가 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 속에 계신 분들에게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라”며 “이런 독단적 판단과 행위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CCK 여성위원회도 이 총무가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기독인으로서 신앙을 가지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모든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무는 곧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