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사 국화 향기 나눔전’이 열린 가운데 한 불자가 합장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2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사 국화 향기 나눔전’이 열린 가운데 한 불자가 합장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정규예배 참석 인원 늘어나

끊겼던 신자 발길 이어질까

종교인들 저마다 희망·기대

“50%라도 모일 수 있어 감사”

 

[천지일보=임혜지, 이지솔 기자] “계속 집에서 혼자서만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고 하니까 조금 답답하고 아쉽기도 했는데 이제 위드 코로나가 되면 공식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으니 기대가 커요.”

이슬람 신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드 코로나에 대해 “안전하게 예배드릴 수 있는 환경에서 모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방역이 느슨해져서 확진자 수가 많아지면 또 이전처럼 돌아갈까 염려가 되긴 하지만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로 본격 전환된다. 정규예배 참석 인원이 대폭 늘어나고 방역이 완화되면서 불교, 기독교 등 국내 종교계 전반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 9개월만에 방역체계가 전환되면서 그간 꽉 막혀 있던 신앙 환경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에서다.

지난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날부터 종교시설의 경우 정규예배에 전체 정원의 50%까지 참여할 수 있다. 백신패스를 도입해 접종 완료자 등으로만 구성할 경우 인원 제한은 없어진다. 다만, 성가대 등 모임과 예배 후 실내 식사 모임 등은 2차나 3차 개편 때 검토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종교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각 종교계 인사들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한불교 임제종 평인사 주지 혜원스님은 “사찰을 찾는 신자들이 (인원제한 등으로) 모이질 못했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이젠 모일 수 있다 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50%만 허용한다고 해서 불평할 수가 없는 게 안 걸린다고 장담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아무쪼록 정부의 방침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수험생 부모와 불자들이 학업성취기원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0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수험생 부모와 불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위드 코로나를 맞아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단 목소리도 나왔다. 법화종 법우스님은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하듯이 우리도 다각적인 준비를 해서 재도약을 시도해야 한다”며 “먼저 수행자들이 한마음으로 단결하고 화합하면서 불국정토(佛國淨土, 번뇌의 굴레를 벗어난 아주 깨끗한 세상)가 되길 서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집권적인 불교나 천주교 등과 달리 개별적 성향이 강한 개신교의 경우 그간 일부 교회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으며 내외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위드 코로나에 더욱 기대를 갖는 모습이다.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11월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약을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들은 한교총은 “현장예배와 일상회복은 당면한 과제”라며 “전국 교회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자율적인 방역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교인들과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며 세상의 희망이 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백신접종 완료자로 성가대·찬양팀 운영, 설교자 마스크 미착용, 모임·식사 등에 대해서 향후 정부에 다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나온 신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4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나온 신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박모 목사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고 또 초기와 다르게 교인들도 스스로 방역에 대해 깊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에서 시민과 교회를 신뢰하고 좀 더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일부 보수적 개신교인들이 마스크를 벗고 고집을 피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교회에서도 조심하고 정부도 전향적으로 (향후 방역 완화를 검토해줘서) 서로 신뢰를 갖고 방역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로 종교계는 ‘신자 회복’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떠난 신자들이 위드 코로나로 다시 예배당 등으로 모여들 것이란 희망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지 않은 교인들이 이탈했다. 국내 주요 6개 장로교단 교인 수가 지난해 무려 40만명 이상이 감소했는가 하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진행한 조사 결과 천주교회의 지난해 주일 미사 참여자는 코로나19 이전인 1년전보다 4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위드 코로나를 맞은 한국 천주교가 “주일 미사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며 “신자들이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선 이미 1년 이상 교회를 나오지 않으며 ‘모이지 않는 습관’이 든 신자들이 과연 돌아올지 의문도 나온다. 일부 목회자들은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목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 본다” “별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등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신도들이 교회를 빠져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4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신도들이 교회를 빠져나오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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