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2021.10.24
(서울=연합뉴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2021.10.24

황무성, 임기 못 채우고 사임

사표 종용받아 “시장님 지시”

유동규·이재명 연결의혹 수사

李 “왜 그만두나 했다” 해명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성남시 측의 압박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하면서 최종 지시자가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시장님 명”이라는 내용이 나오는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관련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를 겨냥한 ‘윗선’ 수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4인방’ 중 핵심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이 전 지사(당시 시장)와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전날 황 전 사장으로부터 지난 2015년 2월 6일 당시 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과 황 전 사장이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을 8번이나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서 거론된 ‘정 실장’은 정 전 실장으로 보인다.

사직서를 받고자 자신을 찾아온 유 전 본부장에게 황 전 사장은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당신에게 떠다미는 것이냐, 정 실장도 유동규도 그러느냐”며 배후를 추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정(정진상)도 그렇고 유(유동규)도 그렇고, 양쪽 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은 사표 제출을 거절하는 황 전 사장에게 “사장님은 너무 모른다. 순진하다”며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시장님 얘기”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시장’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전 지사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황 전 사장이 사직서 제출을 미루자 유 전 본부장은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난다”고 압박했다.

공교롭게도 황 전 사장이 사퇴 압박을 받은 날은 성남시의회로부터 대장동 사업 출자 타당성 의결을 받은 직후였다. 이날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기도 하다. 또 대장동 사업 주무부서가 개발2팀에서 개발1팀으로 갑자기 바뀐 시기와 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박을 버티던 황 전 사장은 결국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해 3월초 사퇴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후 대장동 개발 사업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대행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지사는 퇴임 기자회견 이후 “황 전 사장은 우리가 모셔온 분이고 유한기 전 본부장 추천으로 들어온 외부인사”라며 “그만둔다며 인사를 하러 왔을 때 ‘왜 그만두나’하고 생각했다.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사퇴 종용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이 전 지사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최근 유동규 전 본부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죄 및 강요죄 등으로 고발했다.

사준모는 “황 전 사장의 임명과 사직서 제출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해야 하는데 직책이 낮은 유한기 전 본부장 등의 강요만으로 사퇴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면서 “이 전 지사의 지시 또는 묵인 등에 의해 이들이 공모해 사직서를 강제로 제출받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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