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애초부터 이번 국감은 치열한 정쟁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대목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한 발 더 나갔다. 정쟁이 아니라 마치 무슨 전쟁터 같은 분위기다. 특정 이슈를 주도하려는 듯 다분히 정치적인 팻말을 조직적으로 써 붙이는가 하면, 고성과 거친 언사로 상대방을 향해 퍼붓는 분노와 저주의 독설이 너무 과하다.
이번 국감은 한마디로 대장동에서 시작해서 대장동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대장동은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다른 크고 작은 민생 현안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여야는 21일 국회 법사위의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등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이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두 번이나 불러서 묻고 또 따져봤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국회 법사위까지 나선 셈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나온 내용일뿐더러 혹 듣지 못한 답변이라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수사 중인 사안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공개할 내용도 아니다. 여야 모두 이를 잘 알면서도 또 묻고 호통까지 치고 있다.
대장동 논란이 끝나면 이번에는 윤석열 후보를 향한 고발사주 논란이 뒤를 잇는다. 심지어 윤 후보의 상처를 드러내려는 듯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심지어 윤 후보의 ‘후보직 사퇴’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대선 직전의 마지막 국정감사라지만 각 상임위의 위상과 국정감사의 대상, 그리고 시점이 있다.
아무 얘기나 해도 되는 그런 국정감사라면 그건 이미 국정도, 감사도 아니다. 이런 국정감사를 왜 특정한 날을 잡아서 TV 생중계로 봐야 하는지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말이 감사이지 온갖 의혹 제기나 상대방에 대한 ‘딱지 붙이기’ 등의 정쟁이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5년을 어떻게 볼 것인지, 나아가 내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국민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의 국정현실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국민은 알고 싶다.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최고 책임자들을 불러낸 국정감사 현장은 그런 국민의 삶과는 멀어도 너무 멀리 있다. 이번에도 ‘국정감사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국정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국정감사인지 국민은 다시 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