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 27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를 하던 중에 작업용 밧줄이 끊어지면서 추락사한 20대 일용직 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였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말만 그럴듯할 뿐 대체로 그때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계약직이거나 청년 등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청년 노동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촉구한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경청할 대목이다.

비슷한 연배의 청년이라도 전혀 다른 케이스가 최근 또 불거졌다. 신입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불과 6년 만에 거액의 퇴직금은 물론 산재를 당했다는 명분으로 모두 50억원을 받은 곽병채씨는 해도 너무했다. 물론 열심히 일 했을 것이다. 부동산 붐을 타고 엄청난 성과를 냈으니 성과급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이 있고 상식이 있다면 50억원은 그 범주의 것이 아니다. 법과 상식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는 추측은 너무도 합리적인 판단이다. 역시 이번에도 ‘아빠찬스’ 논란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곽상도 의원의 해명은 더 공분을 키웠다. 회사가 큰돈을 벌어서 형편이 되니 준 것이고, 얼마를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큰돈을 벌도록 구조를 만들어 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태도다. 국민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청년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나 성찰도 없는 발언이다. 게다가 자신이 소개해준 회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는데도 또 그건 모른다고 했다. 이쯤 되면 달리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이제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조만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엄청난 악취가 풍기고 있는데도 그 50억원을 ‘산재’ 운운하며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 등 고위층 출신들도 줄줄이 엮여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도 나온다. 업자들이 어떻게 큰돈을 벌었으며, 그 배후에서 어떤 사람들이 움직였는지도 큰 그림은 나왔다. 또 그 대가로 어떻게 뒷돈이 건네졌는지도 대충은 알 만하다. 곽상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당명이 촌철살인이다. 국민의힘이 한순간에 ‘아빠의힘’으로 바뀌었다. 옳든 그르든 그것이 우리 시대 청년들의 분노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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