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군사 반경 넓히려 하자 美, 英·호주와 안보동맹 견제… 미중 긴장감 고조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며 미중 양국 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력한 무역분쟁을 펼치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역분쟁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나 대신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중국이 평화유지라는 명분으로 주변국들과 공동 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군사적인 활동 반경을 넓히려고 하자 미국도 즉각 동맹국과 안보협력에 나서 견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15일(현지시간)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했다. 미국과 영국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키로 했다. 이에 중국은 “냉전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5일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 발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커스는 이들 세 국가명을 딴 이름이다. 이들 3국은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이다. 아울러 호주는 미국, 일본,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 회원국이기도 하다. 영국 역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통한다. 3국은 국방과 외교 정책의 고위급 교류는 물론 사이버, 인공지능, 양자 기술, 해저 능력 등 안보와 국방기술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 3국의 오커스 결성 이유 명분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꼽았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외신에서는 대중국 포위망 구축이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곧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얘기다.

주요 외신 중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을 확대에 저항하려는 목표가 분명하다고 말했고, AP통신은 미중 관계의 틈새를 더 키울 수 있는 조처라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지원키로 결정하고, 18개월간 공동 연구를 진행키로 한 부분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미국이 자국의 핵잠수함을 인도태평양까지 보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호주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핵확산을 돕는다는 비판의 여론도 많다. 이를 예상한듯 이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글로벌 비확산에서 리더십 유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파키스탄, 몽골, 태국과 함께 ‘공동운명(Shared Destiny)-2021’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다국적 평화 유지군 훈련을 중국 내륙의 허난성 췌산 훈련장에서 진행했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다국적 합동 대테러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매체들은 병력 1천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달 11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대테러 훈련에도 4000명 병력이 참가한다. 여기에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참여한다. 이번 훈련을 위해 중국군은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병력과 장비를 보냈다. 회원국들은 테러집단 포위 및 전멸, 테러리스트 분리, 드론 공격 방어 등의 훈련을 한다. 명분은 평화유지군 훈련이지만 중국이 군사적 활동 반경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본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워 주변국과 평화유지군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 아프간 정세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서부연합 2021 연습’이라는 훈련을 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중·러 병력이 1만명이 참여했다.

이같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오커스’ 발족 사전 언론브리핑에서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국도 거론했다. 당국자는 동맹 강화와 협력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일본, 한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전통적 안보 파트너들과의 더 강력한 양자 파트너십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향후 대중 포위망 구축 전선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주문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또한 중국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방한해 정의용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진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며 “양국관계가 갈수록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선점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로선 자칫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수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양국이라 정부가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