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not caption

사람을 희생시켜 제물로 바치는 것을 인신공희(人身供犧)라고 한다. 경주 봉덕사 성덕대왕신종에는 어린아이를 시주해 용광로에 넣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둔중하게 들리는 종소리를 ‘에밀레~ 에밀레~’라고 생각한 것은 측은지심에서 붙여진 것인가. 이번 경주 월성(月城) 기반에서 발굴된 키 작은 소녀의 인골을 보면 이런 인신공희 역사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궁성 지신(地神)에게 바쳐진 소녀는 포로였을까, 아니면 귀족의 자녀였을까. 소녀는 목걸이와 팔찌를 차고 있었다니 천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산채로 매장되는 순간 소녀는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얼마 전 중국에서는 옛 북위시대 묘에서 남녀 인골이 발견돼 흥미를 끌었다. 이 인골은 팔은 서로를 감싸거나 허리에 두르고 있다. 특히 여성은 자신의 코 부분을 남자의 어깨에 가까이 들이대고 있다.

남자는 병으로 사망했으나 여인은 순장 됐거나 자살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중국 고고학자들은 ‘1500년 영원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고전 심청전은 풍랑을 일으키는 바다 용왕에 바쳐지는 효녀를 모티브로 했다. 고대 여러 문헌을 보면 선원들이 항해 도중에 바다 가운데 도착하면 가지고 있던 보물을 바다에 빠뜨리거나 불상에 엎드려 경을 읽었다는 내용들이 있다.

심청이 물에 빠지는 판소리 대목은 슬프게 불려진다.

“(전략)… 심청이 거동 봐라… 우루루루루루. 만경창파 갈매기 격으로 떴다 물에가 ‘풍’ 빠져노니, (진양조)… 해당은 풍랑을 좇고, 명월은 해문에 잠겼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도 울고, 역군 화장이 모두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연년이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다 넣고 가니, 여~~~! 우리 후사가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기야…(하략).”

선원들에게 팔려가 희생된 소녀들의 한을 위로하기 위해 소설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련한 효녀는 하늘의 도움으로 바다에서 살아나 왕후가 된다. 그리고 맹인잔치에 올라온 부친은 딸을 보려고 애써 꿈쩍거리다 눈을 뜨게 된다.

‘인신공희’ 역사는 사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 동천왕 22년(248AD)조에는 ‘왕이 죽자 가까운 신하들이 스스로 죽어 순장되려 하자, 아들이 이는 예(禮)가 아니라 금했으나 장례일에 이르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자가 매우 많았다’고 기록돼 있다.

신라본기(新羅本紀) 지증왕조(智證王) 3년조(502AD)를 보면 3월에 순장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왕이 죽으면 남녀 각 5명씩을 죽여서 순장했는데, 이때에 이르러 이를 금했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한두 명이 아니라 수천 명씩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있었다. 현대에도 중국에서는 ‘인신공희’ 미명으로 연간 수천 건의 불법 장기 적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한해 검거돼 처형되는 사형수는 3000~4000명이라는 보도가 있다.

한국사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소녀들이 수없이 납치돼 인신매매 혹은 성폭행 위기 속에 살아가고 있다. 연간 2만명이나 실종돼 행방을 모른다고 한다. 얼마 전 인천에서 동급생 5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중생의 사연이 또 충격을 준다.

도의가 땅에 떨어지더니 사람을 존중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다. 정치가들은 이런데도 권력을 잡기 위한 권모술수에만 집착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