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계부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늘면서 8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6조원 이상 늘었다. 기준금리 0.25%p 인상과 함께 월초 HK이노엔 공모주 청약 증거금 반환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월에 비해 축소됐다.

8일 한국은행의 ‘2021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 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9조 7000억원)보다 증가규모가 축소됐다.

8월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63조 2000억원)이 한 달 사이 5조 9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폭으로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네 번째로 컸다.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이 2조 8000억원을 차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한 달 새 3000억원 늘었다. 7월(3조 6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이는 HK이노엔 공모주 청약증거금이 반환된 영향이다. 지난달 HK이노엔 공모주에는 29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이후 지난달 3일 해당 금액이 대거 반환됐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 전세관련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됐고 집단대출 취급도 이어졌다”며 “신용대출은 공모주 청약자금 반환의 영향인데, HK이노엔 증거금 반환 규모는 1조 500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계대출 추세에 대해선 “주택(전세)수요, 생활자금, 투자수요 등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기에 대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7월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효과, 주택시장 상황,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도, 대출금리 추이 등 여러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7월부터 시행된 차주별 DSR 규제 등 정부 정책 효과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중단, 일부 은행의 전세대출 취급 중단 등이 이번 달 가계대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은행의 대출 취급 중단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봤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7조 9000억원 증가한 1041조 300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 5000억원 늘어난 865조 6000억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수요와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시설자금 수요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했다.

이에 반해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분 재취급, 부가가치세 납부 등의 영향이다. 회사채 발행은 2000억원 줄고 주식발행은 6조 6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3조 4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츨과 개인사업자 대출 모두 8월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노력, 주택시장의 상황 변화, 경제 주체들의 수익 추구를 위한 투자 수요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주택관련 수요, 생활관련 자금 수요, 투자수요 등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대출 수요가 급격하게 둔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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