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란 주제로 104회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지난 2019년 9월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제104회 정기총회 모습. ⓒ천지일보DB

9월 주요교단총회 줄줄이 개최
접종증명서 지참 등 방역 만전
감염력 높은 변이 확산 우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 주요 장로교단 대다수는 9월 정기총회를 모이는 방식의 ‘대면총회’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수일간 진행되던 총회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하루로 단축했으며 밀집도를 줄이고자 총회 장소를 분산해 수백명 단위로 모이기로 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의 철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교단에서 최소 수백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장시간 회의를 여는 총회 방식을 고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국내서 감염력이 배로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고 ‘뮤’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면서 코로나19 전파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정 단축하고 쪼개서 대면으로

7일 교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통합, 고신, 백석, 개혁, 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중에서 대면 총회를 열겠단 방침을 밝힌 곳은 5개 교단이다.

교세로는 국내 양대산맥 교단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예장 합동은 오는 13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경북 울산 북구 우정교회, 울산 남구 대암교회, 울산 중구 태화교회 총 3곳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총 1600명의 총대(총회대의원)를 우정교회에 1000명, 대암교회에 300명, 태화교회에 300명씩 분산해 수용하기로 했다.

예장 통합은 28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경기 파주 한소망교회에서 총회를 연다. 1500명의 인원을 3개 교회에 분산, 수용한단 방침이다. 예장 백석은 13일 총대 50%가 천안 백석대학교 현장에 모여 총회를 열기로 했다.

기장은 28일~29일까지 충북 청주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총회장이 시무하는 청주제일교회를 거점으로 우암교회, 성동교회, 청주동부교회 등에 250여명씩 나눠 온라인 화상회의로 연다.

접종 증명서 지참·PCR검사… 총회 방역 만전

연중 한번 열리는 교단의 정기총회에서는 새 임원진 선출을 비롯해 지난 1년간의 예산 사용 보고, 차기 년도 사업 및 예산 승인이 이뤄진다. 여기에 각 노회에서 올린 각종 헌의안 처리 등이 진행된다. 교단에서는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거리두기 4단계 발효 중에도 수백명이 모이는 교단 총회가 열리는 것은 ‘연기가 불가능한 필수적인 회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종교시설의 재정, 관리 단체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회의가 필요한 경우 방역수칙 준수 하에 단계별 방역기준에 따라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교단의 정기총회는 ‘행정 및 공공기관의 공적 업무수행’으로 분류돼 인원제한 없이 총회를 열 수 있다. 단 거리두기 기준에 맞는 장소에서 가능하다.

이처럼 중대한 행사지만 교단들의 고민은 크다. 감염병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공론화의 장을 만드냐는 문제에서다. 교단들은 나름의 매뉴얼도 마련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기장 측은 참석자들에게 의무적으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받기로 했다. 기장 총회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후 2주가 지나야 하고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PCR 검사를 받고 와야 한다”며 “총대 대다수가 60대 이상인 만큼 접종 완료자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장합동의 경우,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총회 개최 당일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에 결과를 문자로 확인 후 입장을 가능토록 했다. 또 보다 높은 비말 차단 효과가 있는 KF94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공문을 통해 안내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21일 제105회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 가운데 제주노회가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안건을 본회의에서 다뤄달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됐다. 예장통합이 이날 서울 도림교회를 본부로 전국 37곳의 회집 장소에서 줌을 활용한 온라인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예장통합 총회 실황 유튜브 화면캡처)
지난해 9월 21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서울 도림교회를 본부로 전국 37곳의 회집 장소에서 줌을 활용한 제105회 온라인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출처: 예장통합 총회 실황 유튜브 화면캡처)

◆집단감염 우려는 못 피할 듯

그러나 이러한 교단의 노력에도 불구, 감염병 전파 위험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현재 감염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확산 중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변이바이러스 중에서도 전염력이 강하고 면역 회피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회의에서 “델타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발병 초기 최대 300배 이상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한다”고 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 갔다가 감염된 사례가 나왔는데 확진자와 직접 신체 접촉이 없었고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도 순식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확진자로 인해 가족도 감염이 됐다. 한 교회에 최소 수백명이 모여 장시간 회의를 진행하는 대면 총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총회 회무 중 식사 제공을 하지 않더라도 종료 후 총대끼리 개별적으로 가질 수 있는 식사 자리 등은 비말 전파에 따른 집단감염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뮤(Mu) 변이까지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향후 확진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비대면 방식의 총회를 진행하는 교단도 있다. 기침은 다음 달 16일 비대면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다.

대면 총회를 개최하는 교단들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교단 중에는 총대가 1000명이 넘는 곳도 있는데 이들이 다함께 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아직 구축하지 못했단 목소리도 나온다.

교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줌이나 온라인으로 하는 게 어렵다. (총회 회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가 의결하는 과정인데 그것을 온라인 줌으로 하기가 복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면 비대면으로 하기에 아직 기술적 준비가 덜 된 교단도 있다”며 “방역당국이 허용하는 한에서 총회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