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산 동구 일산동에 위치한 고봉산성(206.3m) 중턱 바위 군(群)에서 고대의 성혈(星穴)과 각종 그림이 새겨진 선각화가 찾아졌다. ⓒ천지일보 2021.8.17
고양시 일산 동구 일산동에 위치한 고봉산성(206.3m) 중턱 바위 군(群)에서 고대의 성혈(星穴)과 각종 그림이 새겨진 선각화가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1.8.17

 

고구려 유적, 큰 돌에 많은 구멍 파… 신성한 제단 가능성

월간 역사문화잡지 글마루‧한국역사문화연구회 답사반 조사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고양시 일산 동구 일산동에 위치한 고봉산성(206.3m) 중턱 바위 군(群)에서 고대의 성혈(星穴)과 각종 그림이 새겨진 선각화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봉산 고구려 유적 찾기에 노력해 온 월간 역사문화잡지 글마루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답사반(이하 답사반)은 지난 13일 이은만 고양시 전 문화원장(현 문봉서원장)을 비롯해 문화계 인사들과 속칭 장수바위라고 불리는 직경 약 10m 높이 2m 크기의 바위 3개에서 인위적으로 새긴 성혈과 다수의 선각화를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선각화는 오랜 세월 풍화로 인해 정확한 판독이 어렵지만 성혈과 일부 사람 얼굴 등은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가장 많은 선각화가 보이는 가운데 제1 바위에는 상면에 성혈이 별자리처럼 가득 채워졌으며 중간에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선각 가운데는 네모진 형태, 기하학적 무늬, 동물이나 물고기, 사람이 앉아 기도하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많은 선각화가 보이는 가운데 제1 바위에는 상면에 성혈이 별자리처럼 가득 채워졌으며 중간에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선각 가운데는 네모진 형태, 기하학적 무늬, 동물이나 물고기, 사람이 앉아 기도하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성혈로 보이는 부분을 흰 선을 처리한 것이다. ⓒ천지일보 2021.8.17
가장 많은 선각화가 보이는 가운데 제1 바위에는 상면에 성혈이 별자리처럼 가득 채워졌으며 중간에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선각 가운데는 네모진 형태, 기하학적 무늬, 동물이나 물고기, 사람이 앉아 기도하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성혈로 보이는 부분을 흰 선으로 처리한 것이다. ⓒ천지일보 2021.8.17

답사반을 이끌고 있는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전 충청북도 문화재 위원)은 “제1 바위 상면은 물론 전체에 많은 별자리 구멍을 보이는 것은 흡사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보이는 별자리를 방불케 한다”며 “선사고고학계의 확대된 학술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사고고학계의 원로인 이융조 박사(전 충북대 박물관장)는 “우선 사진으로도 성혈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며 “선각이 어떤 그림인지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17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17

이재준 고문은 “바위 아래 공터에 조성한 체육시설 주변에서 원삼국시대의 연질 적색 토기와 적색의 고구려 와편이 발견됐다”고 밝히며 “선사시대부터 토템의 대상으로 숭배됐던 바위 군에 고구려 점령시기에도 성혈이 추가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고봉산성은 6세기 초반 고구려 22대 안장왕(재위 519∼531)과 백제 한주미녀의 아름다운 설화가 내려오는 곳으로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고 있으며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국사 연구초에 설화를 실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고봉산성은 산 정상을 두른 작은 테메식 성이지만 중턱 등산로에서도 건물지가 확인되고 있다. 답사반은 지난 3년 전부터 4차에 걸친 답사를 해 왔으며 백제 와편과 고구려 적색 와편, 고신라 와편 등을 확인한바 있다.

이날 답사반은 성의 중복에서 고구려 방격자문, 선조문, 승석문 와편을 찾기도 했다. 이들 와편은 중국 고구려 산성인 오녀산성, 환도산성 태자산성과 서울 아차산에서 출토된 고구려와편과 비슷하며 일부는 임진강변 호로고루성 등에서 출토된 고구려 와편의 문양을 닮고 있다.

 

함안 고분에서 발견된 성혈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17
함안 고분에서 발견된 성혈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17

성혈이란: 성혈(星穴)은 홈구멍(性穴, cup-mark)이라고도 하며 바위그림의 한 종류로서 돌의 표면에 파여져 있는 구멍을 말한다. 홈구멍의 형태는 주로 원형이다. 돌 표면을 쪼아서 형태를 잡은 다음 회전마찰을 통해 다듬었다.

주로 고인돌(支石墓)의 덮개돌이나 자연암반에 새겨진다. 형태적 차이는 있지만 민속에서는 ‘알구멍’ ‘알바위’ ‘알터’ 등으로도 불린다. 태양, 별, 여성의 성기, 알, 구멍 등으로 상징된다.

성혈은 농경사회에서 다산(多産)과 풍요(豊饒)를 기원하는 신앙적 의식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혈이 조사되는 유적은 대부분 마을의 상징적 경관에 위치한다. 고봉산에서 발견된 거대한 성혈바위는 산성 바로 밑인 능선에 위치 고양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위 밑에서 적색 사격자문 와편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상정된다.

고구려 벽화에 성혈이 나타난 경우는 무려 25기나 된다. 그런데 고구려 지역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소재 '함안 말이산 13호분'에서도 별자리 판석이 출토되어 이 시기 성혈 숭배의식이 한반도에 만연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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