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투각 영기문들에서 목가구 화생

일상에서 영화된 세계 살아온 것

민화에서 목기의 본질 만나다

목기를 처음으로 다루면서 제9회에서는 판 만 크게 벌려만 놓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 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다. 이 제10회는 앞 회에서 다룬 작품의 결론에 해당한다. 목기는 20㎝ 내외의 고려청자에 비하여 매우 커서 이 반닫이는 높이가 90㎝나 될 뿐 아니라 장식이 많아서 한 회로 끝마칠 수 없다. 그러나 반닫이는 한마디로 여러 가지 가구(家具)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 가구들이 고려청자에서처럼 영기화생 한다고 말하면 모두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한국 전쟁 후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옛 가구들은 보르네오 가구들로 모두 바꾸어 졌다. 게다가 국립박물관에는 목기가 전시되지 않고 오직 민속박물관에서만 소규모로 전시될 뿐이어서 보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목가구들을 기획전시에서 가끔 보아 오면서 그 아름답고 장엄한 자태에 매료되어 왔다. 만일 목기가 그토록 아름답다고 여겨진다면 사상적으로 무슨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자료들을 많이 확보해 두어왔다. 그런데 요즈음 고려청자를 연구하며 신문에 연재하지 않았다면, 목기가 제 생명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려청자의 영기화생을 증명하여 가다 보니 뜻밖에 목기를 만났으며 목기의 영기화생을 다루기 시작했으니 필자의 <영기화생론>이 더욱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하기 시작함을 느낀다.

실은 이 연재가 세계 문화사에 제기된 유일한 이론으로 집필되고, 그 과정을 밝히는 <채색분석법>이란 방법론 역시 처음 제기되며 영기화생 하는 광경을 매주 쓰고 있다. 그 이론과 방법으로 우리가 전혀 몰랐던 문양의 세계가 얼마나 창조적이고 위대한지 한 작품 한 작품 알아가고 있다. 아무 의미 없던 일상적인 가구는 옛 장인들 손에 의해 가장 고차원의 작품으로 승화되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영화된 세계에서 살아왔는지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수천 년 지나쳐왔으며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문양들을 완벽히 풀어서 고려청자나 조선목기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해독하고 있다. 앞서 반닫이의 장식들을 하나하나씩 따로따로 밝혀놓았으나 그 작업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부분 부분에서 이제 전체로 가보자. 다시 한 번 반닫이 전체를 살펴보자(도 1). 그저 가구일 뿐이어서 이 작품을 다루는 전공자는 제작방법 만을 설명하고 만다. 그 전면 전체를 장식한 투각 문양들은 물론 알아보는 전공자도 없다. 그런데 대원사에서 펴낸 『 목가구』(2004년)에 다행히 실측도가 있어서 옮겨보아도 저서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도 2). 그러나 따로따로 해독한 장식문양들을 제자리에 배치하면, 해독한 문양만 남고 목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양들 즉 영기문들이야말로 실상이고 목기라는 가구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도 3). 그래서 낱낱이 채색분석한 장식 문양들을 목가구의 제자리에 그대로 배치하여 보니 참으로 장엄한 영기화생의 광경이 더 뚜렷하여 감격스럽다.

 

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도 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도 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16

다양한 투각 영기문들에서 마침내 반닫이라는 목가구가 화생한다(도 4). 글을 쓰면서 문득 15년 전으로 돌아가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강의한 후, 진주시에 장석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반가운 나머지 그 당시 후배 관장과 함께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목기에서 떼어낸 장석들만 가득히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장석들의 문양장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가 영기문이 아닌가.

그 당시 고구려 벽화를 깊이 연구하며 무엇인지 모를 문양들을 풀어내고 있던 터라 그 목기 장식들의 조형들이 한눈에 잡혀지자 관장에게 이 장석들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전시하면 내가 모두 채색분석하여 멋진 전시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으나, 물론 그 후배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고 목기 장식들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장식들이야 말로 목기의 실체가 아닌가 깨닫는 경이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영기화생론이란 이론이 정립되기 전이었다.

그 이후 민화에서 목기들을 만 나는 감격을 누리게 되었다. 민화의 책가도에 목기가 많이 배치된 것은 바로 목기의 영기화생 때 문이고 그 목기에서 여러 조형이 다시 영기화생 하고 있음을 알았다. 민화는 영기화생론을 파악하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민화를 세계 에서 가장 난해한 회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고려청자를 연구하며 글을 쓰는 동안 바로 그 시점에서 조선 목기와 만나게 되었다. 그러므로 15년 전에 처음 만났던 목기 장식을 지금 에야 비로소 집필할 수 있어서 감회가 깊다. 무릇 혁명적 사건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마음 깊이 잠재해 있다가 목기 전시들 을 빠지지 않고 자주 가서 관찰해 왔다고 해도 집필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썼다고 해도 장식의 영기문만을 다루었을 뿐이지 목기 전체의 장엄한 영기화생에 관해서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만큼 다양한 목기를 다룰 기회가 다시 주어지기 어려우므로 기왕에 목기 작품들을 3점정도 계속하여 연재한 다음에 다시 고려청자로 되돌아가 중요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다루어 나갈 것이다. 자세히 설명했으니 제10회의 사진들을 해독하며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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