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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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가 케네디 대통령 미망인 재클린과 재혼 했을 당시 나이 차이는 23년이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아버지뻘 되는 영감한테 시집가다니….’ 한국인들은 혀를 찼다. 그런데 이미 서양에서는 이 정도 나이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결혼 풍속이었다.

피카소의 명작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초상’은 사랑하는 연인을 그린 그림이다. 1927년 당시 17세의 나이에 44세이던 피카소를 만나 모델이자 연인이 됐다. 그녀는 1935년에는 마야(Maya)라는 이름을 가진 딸을 출산했다.

피카소는 엄청난 재력으로 생전에 여성편력이 많았다. 7명의 연인들과 사랑했다는데 마지막 72세에 37세 연하인 35세의 자클린과 결혼했다. 만년에는 10대 소녀와 함께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파파라치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헐리웃에서의 명배우들도 젊은 애인과 결혼하는 것이 유행병처럼 된 듯싶다. 50대 후반의 성격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는 동양여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2세 앨리스케인과 결혼, 화제를 불러일으키더니 폭력으로 몇 년을 살지 못했다. 그는 이혼하고 이제는 20대의 딸 같은 26세의 일본인 리코 시바타와 결혼했다.

두 연인의 나이차는 30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누아트 극장에서 열리는 영화 ‘돼지(Pig)’ 시사회장에 도착해 부인을 카메라 앞에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인 전 부인과는 친구로 살겠다고 하며 결혼식장에 초대하기도 했다.

‘프리티 우먼’으로 한국여심을 흔들어 놓았던 미남 배우 리차드 기어. 3년 전 재혼한 부인과의 나이 차이는 34살이나 된다. 그는 71세에 득남, 늦둥이 아빠가 됐다.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과 행복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과거 풍속을 보면 칠, 팔순에 아빠가 되는 경우가 흔했다. 대개는 재상의 지위에 있는 이들이 아들을 낳지 못하다 작은 부인이나 비첩(婢妾)에게서 득남하는 경우였다.

고려 초 문종 대 최석(崔奭)이란 재상이 있었다. 나이 70세에 아들을 얻었는데 그가 바로 문장으로 이름을 낸 최유청(崔惟淸)이다. 그런데 최석은 아들이 자라는 것도 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유청은 열심히 학덕을 쌓아 재상의 지위에 올랐으며 많은 저술을 남겼다.

조선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청천당 심수경(聽天堂, 沈守慶. 1516~1599)은 75, 80세에 자식을 낳아 노익장을 과시했다. 비록 비첩에게서 낳은 자식이지만 주위에서 많은 축하의 글을 보냈다. 심수경은 답장을 보내 ‘그저 웃기나 하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70대 중견 배우 김용건씨가 여자 친구와의 임신 갈등으로 피소 돼 시중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여성은 2008년부터 13년간 김씨를 만나온 37세 여성 A씨. 김용건씨와 나이 차이는 39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녀는 올해 초 임신했으며 김씨가 출산을 반대하자 배우를 낙태 강요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김용건씨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린다’며 ‘전혀 예견치 못한 상태로 저와 법적 분쟁에 놓이게 됐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예비 엄마와 아이에게도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남자 배우의 처신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지만, 예비 엄마가 태어날 아이를 생각 안하고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나쳤다’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유튜버들이 흥미위주로 소재를 삼는 것도 거슬린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며 임신은 하늘의 축복이자 경사다. 진정한 화해가 이뤄져 헐리웃 명배우들처럼 노소가 없는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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