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12

취임 후 한 달 만에 제동

불씨 지핀 재난지원금 번복

여가부·통일부 폐지 주장도

여야 함께 ‘이준석 때리기’

일각선 ‘전략적 행보’ 분석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탄탄대로의 길을 걷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통일부·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시작으로 당내 잡음이 이어지더니,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으로 여야의 비판이 거세졌다. 일각에선 ‘이준석 리스크’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번복했다.

처음 합의 내용을 들은 국민의힘 내부에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의원은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왕적 당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은 일반 국민의 소비지원금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집중 지원돼야 한다는 철학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에 대해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다”며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이번 2차 추경 예산에서 소득하위 80% 재난지원금과 신용카드 캐시백 등을 전형적인 선심성 매표예산이라고 비판했던 그동안의 제1야당 입장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21.7.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21.7.12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환영 입장을 냈던 여권 역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 국민을 주권자로 보고 두려워할 줄 아는 공당이라면 이런 번복 논란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사상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어제, 국민의힘은 국민을 세 차례나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궁지에 몰린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리고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무산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충분히 지원하는데, 먼저 추경 재원을 활용한 후 남는 재원이 있으면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로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정이 소득하위 80%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 범위가 보편지급 확대 조짐을 보였지만, 양당 대표 회동 약 100분 뒤 국민의힘의 추가 입장이 나오면서 합의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 부분 흐름이 잘 연결되지 않음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적극 수습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국민의힘 입장은 종전과 같다. 같은 입장에서 추경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소상공인의 지원 확대를 명시적으로 민주당이 정부와 합의하지 못한다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송 대표에게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3조 9000억원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송 대표가 동의해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는 쪽에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대표가 당내 일부 대선주자의 여가부 폐지론에 찬성 입장을 보인 것과 통일부 폐지론까지 주장하며 그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또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참여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의 적들과 단호히 싸울 것이다. 중국의 잔혹함(cruelty)에 맞서겠다”고 밝혀 자칫 반중(反中) 노선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 대표의 수식어는 리스크가 아닌 신드롬이었다. 따릉이 타는 당대표, 서바이벌 형식을 통한 대변인 선발 등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현실로 이뤄내고 있었다. 하지만 당대표가 되기 전부터 우려됐던 가벼운 언행이 결국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이런 리스크에도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이슈를 들고 나오는 이유에 대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여성과 남북관계 등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로 단점을 보완해 이준석 리스크 우려를 불식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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