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벤치에 손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벤치에 손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21.5.8

한강 실종 대학생 발견 현장 이어지는 추모행렬

부친 손현씨에 시민들 카네이션, 선물 전달도

손씨 “정민이 사고 원인 밝힐때까지 힘내겠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정민아, 너한테 서운한 게 있었는데 너한테 카네이션을 받은 건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것 같아, 우리는 이벤트 없이 같이 살았으니까. 그래도 아빠는 서운했어.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해주시네, 카네이션 안 줘도 좋으니까 한 번만 안아봤으면 좋겠다.”

어버이날, 아버지는 끝내 울고 말았다. “함께 있는 게 선물”이었던 아들은 이제 없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의 위로를 받은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5.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의 위로를 받은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5.9

8일 오후 3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고(故) 손정민(22)씨의 시신을 최초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를 비롯해 많은 시민이 고인을 대신해 손현(50)씨에게 꽃, 선물, 편지 등 어버이날 선물을 전달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민간구조사 차종욱씨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민간구조사 차종욱씨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1.5.8

“이거 어떻게 만드셨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인데 정민아 네 사진을 이렇게 그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시민들의 선물을 받던 손씨는 한 시민이 故손정민씨의 사진을 직접 그린 액자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손씨는 “우리 가족의 불행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런 관심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어떤 원인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가족이 건강히 살면서 정민이의 입수 원인을 밝히는 데까지 힘낼 수 있다면 그게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관심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아들의 그림에 “꼭 다시 만나요. 나의 영원한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아들의 그림에 “꼭 다시 만나요. 나의 영원한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천지일보 2021.5.8

경찰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씨는 “저는 의아한 게 모든 것들이 그날 밤에 일어난 건데 반나절도 안된 일들이 이 많은 의혹들이 생길 수 있는지 신기했다”며 “입수 원인 규명만 밝혀지면 1년이 걸리더라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모금에 대한 말씀이 많은데 저희는 모금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희는 절대 모금을 원하지 않고 한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씨의 말이 이어지자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들과 흘러내리는 눈물을 휴지로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손씨가 자리를 뜨자 “아버님, 힘내세요”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추모하는 시민들 “남일 같지 않아… 반드시 진실 밝혀야”

이날도 한강공원엔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연령, 지역 불문하고 많은 시민들이 내 일처럼 아파하고 있었다.

앞서 중앙대학교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반포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모두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5일 후인 30일 손씨는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는 실종 당일인 25일 오전 4시 30분쯤 자다 깨 혼자 집으로 돌아갔는데 자신이 깨어났을 때 손씨가 주변에 없어 먼저 귀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실종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주변에서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손씨의 실종 당시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손씨는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실종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주변에서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손씨의 실종 당시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손씨는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1.5.8

그러나 손씨의 사망을 두고 의혹이 커졌다. A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일각에서 A씨가 휴대전화를 고의로 폐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여기에 A씨가 당시 신고있던 신발을 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찾기와 실종 당시 A씨가 신고있던 신발을 버린 경위에 대해서 명확히 조사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날도 현장엔 경찰 약 30명이 나와 A씨의 휴대전화 수색을 하는 한편 유류품과 혈흔 등을 찾는 조사가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손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정밀검사 결과는 2주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손씨의 사인을 밝혀달라는 글이 올라와 8일 오전 11시 기준 약 38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이 넘게 흘렀지만 시민들의 추모는 여전했다. 손정민씨가 발견된 한강변 한편에 마련된 벤치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 수십 다발과 ‘정민아 만난 적은 없지만 너의 죽음이 너무 마음아프다 억울하게 가지 않도록 우리가 도울게’ ‘정민아 너의 죽음이 이렇게 가슴아프고 슬프기 그지 없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도록 지켜보고 기도 할게’ ‘미안해요 사랑해요 행복해야 해요’ ‘정민아 좋은 곳으로 갔니 이제 곧 진실이 밝혀질거야 걱정말고 편히 가렴’ 등 추모글이 적힌 편지 수십통이 놓여있었다. 빨대가 꽂힌 바나나우유를 비롯해 초콜릿, 과자 등도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벤치에 손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벤치에 손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1.5.8

서울 구반포에 살고 있는 손현주(50, 여)씨는 남편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손씨는 “나도 그 나이대 자식이 있기 때문에 남일 같지 않다”며 “애써서 의대까지 갔는데 너무 허무하고 안타깝다”라고 했다. 손씨는 “CCTV가 없었다고 하니 너무 답답하다”며 “휴대전화라도 꼭 찾아서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재동에서 방문했다는 이미숙(60, 여)씨는 “내 자식이 죽은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관련 기사를 클릭하고 있다”며 “이 일이 온전히 해결될때까지는 일이 손에 안잡힐 것 같다”고 했다. 일산에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현장을 찾은 최모씨는 “시신을 발견했다는 구조견 오투 밥이라도 사주고 싶어서 왔다”며 “하루하루 우울하다. 사태가 이대로 어물쩡 넘어갈까봐 벌써부터 걱정돼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압구정에서 온 이창형(67, 남)씨는 “처음엔 단순 사고인줄 알았지만 고인의 아버지께서 하는 말을 접하고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식 없이 어버이날을 보낼 고인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역할이 무엇이겠나”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앞으로 이런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무릎을 꿇고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무릎을 꿇고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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