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자 확보하면서 노조 반발 해결해야
직원 과당경쟁 방지 내부장치 강화조건
노조 “리브엠 사업, 좋지 않은 선례 남겨”
국민銀 “직원 업무부담 증가 크지 않아”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제1호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된 KB국민은행의 금융·통신 융합 알뜰폰 사업 ‘리브엠(Liiv M)’이 가까스로 연장에 성공하면서 2023년 4월까지 2년간 사업을 이어나가게 됐다. 노조의 거센 반발과 기대보다 못 미치는 가입자 확보 성적이 발목을 잡은 가운데 새로운 결합 금융상품 출시와 알뜰폰 시장 활성화 등이 핵심 재지정 사유로 작용했다.
존폐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연장된 2년 동안 리브엠이 헤쳐나갈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입자 비중이 낮은 데다 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노사 간 갈등이 예견돼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향후 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혁심위)와 정례회의를 열고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재지정했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은행권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 그해 12월 출시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다. 금융업종이 통신서비스업종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혁신 금융서비스로 인정받았다. 허가 당시 은행 고유업무 이외 영역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됐다. 금융위는 이 때문에 허가조건으로 과도한 실적경쟁 방지 등의 내부 통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리브엠에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리브엠은 서비스 기간 가입자 10만명을 확보했다. 이는 당초 목표 100만명에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시장 1위 사업자인 KT엠모바일 가입자가 약 80만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에서 리브엠 가입자 비중은 크지 않다. 알뜰폰 시장에 진입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저 그런 실적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노조 측의 반발도 문제다. 지난달 22일 국민은행 노조는 “국민은행이 금융위가 사업을 허가할 당시 내걸은 승인조건인 ‘은행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영업점 간 또는 직원간 과당실적 경쟁 조장을 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위반했다”며 리브엠의 연장을 적극 반대했다.
이들은 사측이 지역별 영업그룹장 인사평가기준에 리브엠 가입자 실적을 반영하거나 영업점별 알뜰폰 실적공개로 직원간 경쟁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또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지점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알뜰폰 가입을 강요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은행 고유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알뜰폰 가입자 실적 압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자 금융위는 리브엠의 규제완화 기간을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대신 조건을 달았다. 국민은행 노사가 부가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기존 부가조건을 보완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는 과당 실적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연장기간 동안 비대면 채널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되 디지털 취약계층 등에 대해서는 노사간 협의를 거쳐 대면서비스를 제공하게끔 했다. 또 금융상품 판매시 휴대폰 판매나 요금제 가입 등을 유도하는 구속행위를 방지하고 은행 창구에서 통신업이 고유업무보다 과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화된 부가조건은 ▲지역그룹 대표 역량평가 반영 금지 ▲음성적인 실적표(순위) 게시 행위 금지 ▲직원별 가입 여부 공개 행위 금지 ▲지점장의 구두 압박에 따른 강매 행위 금지 등이다. 노조가 그간 리브엠 사업 재연장을 반대하며 내걸었던 승인조건 위반 사례를 조건으로 건 것이다.
이와 관련해 류제강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가 승인조건 위반사례로 제시한 내용을 부가조건으로 포함된 것은 금융위가 이 사례에 대해 승인조건 위반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승인조건 위반으로 보이는 사례를 조건으로 혁신금융서비스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다른 혁신금융서비스에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 위원장은 “이번 부가조건으로 노조가 걱정하던 창구판매 확대와 실적압박에 대해서는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간 은행에서 실적압박 행위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행위를 편법적으로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견해에 대해 국민은행은 영업점 판매로 인한 기존 직원들의 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핵심성과지표(KPI)에 리브엠 실적을 반영하지 않아 과당경쟁을 조장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영업점 판매도 비대면 가입을 어려워하는 통신 취약계층을 상대로 이뤄져 리브엠 전담 직원(파트타임) 130명을 배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업으로 인한 직원 업무 부담이 일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