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누리 기자] 12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들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2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12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들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2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

“4.7 선거 이후 발표, 비열한 행동”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기업은행 사외이사 2명의 자리를 두고 노조가 추천한 인사 대신 사측이 추천한 인물이 최근 선임된 것에 금융권 노동자들이 정부 여당과 기업은행에 반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12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취임 당시 청와대와 여당, 금융위원회가 약속한 사항”이라며 “4.7 재·보궐 승리를 위해 총력 지원을 마친 다음 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불발을 발표한 것은 비열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일 금융위는 기업은행의 새 사외이사로 김정훈 단국대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이번에 선임된 사외이사는 모두 사측이 추천한 인사다.

기업은행은 금융위에 노조 추천 이사 1명을 포함한 사외이사 후보를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위 임명 단계에서 노조 측 사외이사 임명이 불발된 것이다.

이에 노조는 “이번 사태는 명백한 합의 파기이자 10만 금융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며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다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 지원을 마친 다음 날 발표한 것도 비열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윤 행장이 노조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공모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예고하자 임명권자인 금융위원장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며 공론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 행장이 노조 추천이사제 도입에 적극 협조할 것을 밝혔음에도 결과적으로 무산시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무산은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기만, 약속에 대한 미이행, 내로남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낙하산 인사’인 윤 은행장으로 인해 직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그때 당·정·청을 믿고 약속을 이행하리라 순진하게 믿었지만 그 결과가 오늘의 참담한 현실을 빚고 있다”며 “이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당시에 협약을 맺은 당사자와 관계자들, 책임자들을 묻고, 그들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10만 금융노동자들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호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도 “작년 1월 수은에서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할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선임이 힘들다’는 모 인사들의 언행이었다”며 “노조추천인사를 평가하는 이번 정권의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고 일갈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그간 협조 의사를 보여왔던 기업은행장, 금융위원장이 금융노조가 선거에 여당과 정부를 도왔음에도 결정을 다 한 뒤 선거가 끝나자마자 발표하는 무례를 저질렀다”며 “동네 양아치도 저지르지 않을 짓을 여당과 정부가 저지른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찾아와 노조추천이사제를 수용하겠다고 먼저 밝혔는데 이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의 약속을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행장이 막는 것인지 청와대가 지휘한 것인지 이제 청와대는 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사측은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지부 차원에서 제2차 출근저지 투쟁 등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2017년 윤 행장은 기업은행 수장으로 임명됐으나, 노조가 이에 대해 반대하면서 출근길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 달 가까이 벌였다. 이로 인해 윤 행장은 금융권 최장 출근 저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출근길 저지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끝에 노사는 노조추천이사제를 합의하는 조건으로 출근길을 열어줬고, 그제야 윤 행장은 취임식을 가질 수 있었다. 합의문에는 기업은행이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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