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갑작스레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는 갈수록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인류 문명이 초고도로 발달한 작금의 현실에서도 코로나19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속수무책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듯 다른 나라에 비해 국가 방역은 물론 의술과 의료체계 의료진의 헌신적 진료, 나아가 질병에 대한 국민들의 선진적 의식수준이 희생을 최소화시키고 있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 존중의 측면에서는 정부는 물론 의료진과 국민들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고무적인 일이 이 나라 이 강산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것도 코로나19의 기습공격으로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된 달구벌에서 말이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글로 항거했던 저항시인 이상화의 고향 대구는 지금 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의 제목처럼 질병으로부터 빼앗겼고, 만신창이가 됐고, 같은 국민과 국가로부터도 외면받았고, 어쩌면 다시 일어설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대구에서는 빼앗긴 들의 봄 즉, 일상을 되찾기 위해, 또 국민과 인류의 더 이상의 희생을 멈추게 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의 역사가 시작됐다. 코로나19로부터 완치된 자의 혈장으로만이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또다시 희생의 제물이 돼야 하는 운명 앞에 놓이게 됐다. 그들은 완치된 후에 찾아온 후유증을 감내하고 운명처럼 다가온 현실에 기꺼이 순응하기로 다짐했다.

지난 7월 13일 1차 혈장공여에 500명이 참여하므로 답답하기만 하던 치료제 개발의지에 한 줄기 빛이 됐다. 당시 김신우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중증환자들을 살리는데 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신천지 완치자들의 혈장은 혈장치료제 본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됐다.

이어서 지난 8월 27일에 진행된 2차 혈장공여에는 신천지 성도가 1018명이 참여했다. 1차까지 포함하면 1646명이 혈장 공여에 성공했다. 신천지 성도들의 대량 혈장공여는 혈장치료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변이를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체를 밝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권이승 가톨릭관동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 할 수 있는 이러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양의 혈장이 필요하다”며 “연구를 목적으로나 치료를 목적으로나 이번 혈장 공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승권 다산경영정보연구원장은 혈장 공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신천지 신도들의 혈장공여 모습을 보면서 동참의 뜻을 갖게 되는 새로운 문화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11월) 들어서 GC녹십자는 의료기관 등 현장에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분획해 만드는 혈장치료제 ‘GC5131A’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치료제의 원료가 되는 혈장의 조달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천지 성도 4000명이 3차 혈장공여에 단체로 나선 것이다.

괄목할만한 것은 완치자 혈장 치료제 개발을 전담할 녹십자가 밝힌 1인당 완치자 혈액량은 500ml다. 이를 실거래가로 환산하면 4000명x500㎖x5000만원=100조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데 굳이 돈으로 환산한다는 게 계면쩍기는 하지만 그래도 혈장의 가치가 어떠한지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신천지 성도들의 이 같은 희생의 정신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이상화 시인의 시 제목에서 언급됐듯이 ‘빼앗긴 들’이 곧 힌트다. 대구는 민족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늘 시련과 고난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한 시련과 고난은 앞선 의식과 정신을 고양(高揚)시키는 자양분이 돼 왔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와 근대사를 거쳐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달구벌은 늘 시대에 앞선 선구자적 닭울음소리를 내 왔다는 데 부인할 자는 없으리라.

어찌 그뿐이겠는가. 달구벌은 팔공산은 물론 비슬산 운문산과 함께한 청도 창녕 달성 군위 등을 포함한 신라 화랑의 본산이며, 화랑의 세속오계를 통해 갖게 된 화랑의 정신이 배어있는 고장이다. 나아가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에서 발원된 새마을운동은 새마을 정신에서 기인 된 것이며 잿더미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결정적 요체가 됐다.

신천지 성도의 사랑과 희생의 정신은 위에서 언급된 외형적 요인이 다가 아니었다.

사랑과 희생의 원천은 종교적 신앙적 차원으로 접근해야만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종교의 참뜻과 정신은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의 사상이며 정신이다. 창조주의 사상과 정신은 곧 사랑이며, 이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 사랑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진리 그 자체며 나아가 사랑이니, 곧 진리의 사랑이다. 이 진리의 사랑이 바로 생명이며 생명 존중이다.

신천지 성도들의 희생과 사랑의 정신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창조주의 한없는 진리의 사랑을 거저 받았으니 그 받은바 사랑을 아무 조건 없이 형제와 국민과 인류를 위해 줄 뿐이라는 점을 꼭 알리고 싶다.

중요한 것은 이 진리의 사랑의 결정체이면서도 정작 본인은 차디찬 골방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오히려 성도들에게 진리의 사랑의 피를 나누자고 권면했다는 점을 훗날이라도 기억했으면 한다.

ⓒ천지일보 20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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