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

아리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다. 게다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한국하면 아리랑이고 아리랑하면 한국을 기억하게 됐다. 이별의 한으로 불린 애가이지만 가락 속에는 상심을 삭이는 흥겨움도 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어느 곳에서나 즐겨 부르던 아리랑이다.

신라 향가 ‘장한가(長漢歌)’는 아리수(漢山) 전쟁에서 죽은 젊은 전사들을 위해 지어진 비탄의 가요였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은 바로 장한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장한가가 혹 아리랑의 원류는 아니었을까. 아리수의 상류에서 불린 노래가 가장 슬프게 와 닿는 정선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오랜 시대를 겪으면서 지역에 따라 가사가 다르게 불리거나 숱한 사연들을 포용해왔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가로, 망향의 노래로 애창되었다.

독립군들은 이역만리 만주에서 일본군에게 포로가 되어 죽는 순간까지 아리랑을 힘차게 불렀다고 한다.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항일의 노래이며 반전의 외침이었다.

6.25전쟁 당시에도 아리랑은 민중의 상심을 달래주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정선 아리랑학교 추억박물관에는 전쟁과 관련한 귀중한 아리랑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다. 미군들이 참전 기념으로 박은 포스터에도 아리랑이 소개됐다.

전북도립국악원의 창극 ‘어매 아리랑’은 6.25전쟁 당시 아들을 잃고 고난의 세월을 살아온 한 어머니의 실화를 소재로 창작된 판소리다. 전쟁으로 생이별을 한 어머니의 한과 울부짖음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렇듯 아리랑의 연면한 계승은 한국을 일깨우는 정신이며 상심을 치유하는 힘이었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만국회의 2주년 기념 평화축제에는 피날레로 아리랑이 공연됐다. 1만 1천명이 넘는 카드섹션, 하늘문화 전통 무용단이 펼치는 장엄한 군무, 수백명이 참가하는 농악대 퍼레이드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잠실경기장은 바로 한강, 아리수 인근에 자리 잡은 올림픽을 치른 한국 제일의 경기장이다. 세계에서 평화를 갈구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울려 퍼진 아리랑은 감동의 물결이었다. 수백명의 어린 소녀들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지자 관중들은 더욱 가슴을 쓸었다.

이날 이만희 HWPL 대표는 전쟁으로 피를 흘리는 젊은 생명들이 없어야 한다.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바로 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즉각 한반도는 통일돼야 하며 민족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도 있게 주장했다. 그리고 각국 대통령들에게 진정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 전쟁종식 세계평화 국제법에 즉각 서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참석한 아프가니스탄 신문사의 한 기자는 “전쟁종식운동을 하는 이만희 대표와 한국민에게 크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나이 한살 때부터 전쟁의 와중에서 살았으며 아프가니스탄은 1백만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잠실의 평화 대행진이 세계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분단국 한반도는 지금 어떤가. 북한의 핵 실험 등 위협으로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모하는 듯한 분위기다. 우리가 원하지도 않은 분단으로 한반도는 다시 미증유의 비극적 전쟁을 치를지도 모를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분단을 주도한 당사국들은 잠실운동장의 외침을 들어야만 한다.

전쟁종식 운동이 지구촌 곳곳 세계인들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아야 한다. 상흔을 달래주는 아리랑이 아닌 평화의 기쁨으로 부를 수 있는, 진정 아름다운 노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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