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과로사 없는 새벽배송 필요”
유족 “정부, 과로사 근본 대책 마련해야”
쿠팡 “기사 93%, 새벽배송 제한 반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택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택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배다솜 기자] 전국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새벽배송 최소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새벽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쿠팡 정규직 배송 기사들은 생계와 고용 안정이 걸린 문제라며 새벽배송 제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등이 참여한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시민대행진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쿠팡 특별근로감독 착수 ▲과로사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화 ▲새벽배송 최소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많은 택배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며 “택배 회사들은 현장에서 누군가 죽어 나가도 다른 누군가를 데려다 쓰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도 “택배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과로사 없는 새벽배송을 만들 수 있다”며 “고용·임금 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는 최근 제주에서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고(故)오승용씨의 유족도 참석했다.

오씨의 모친은 “아들의 죽음은 제도가 노동자를 버린 결과”라며 “정부는 즉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끝없이 양산하는 새벽배송 구조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씨의 누나는 “쿠팡의 과도한 노동 속도 경쟁과 기계적 노동 강도가 동생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속도보다 생명이다’라고 적힌 택배 상자를 들고 동십자각에서 종각역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들의 뒤에는 택배차 행렬이 이어졌다.

쿠팡 배송 차량 (출처: 뉴시스)
쿠팡 배송 차량 (출처: 뉴시스)

반면 쿠팡 정규직 배송 기사들이 속한 쿠팡노조는 새벽배송 금지 논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쿠팡노조는 성명을 통해 “새벽배송은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쿠팡 물류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3년간 심야배송을 해온 정진영 쿠팡노조 위원장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벽배송을 없애면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 저하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오히려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쿠팡은 배송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고 새벽배송 시 주간보다 수십만원을 더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제기한 초심야배송(0~5시) 금지 주장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출근 시간대가 겹치고 오히려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돌아야 해서 택배 기사에게는 더 피곤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새벽 시간대에만 일할 수 있는 맞벌이·육아·간병 노동자 등의 상황을 언급하며 “이들은 새벽 배송이 없어지면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역시 “기사 93%가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쿠팡노조는 “새벽배송 제한은 민주노총을 탈퇴한 쿠팡노조에 대한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내수 부진 속 온라인 판매가 중요한데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생존을 위협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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