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은 1982년부터 집권한 폴 비야 대통령의 8선 강행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지난 10월 대선 이후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이어지며 수십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체포되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영어권 지역의 분리주의 갈등, 극북 지역의 무장 세력 문제, 장기 경제난이 겹치며 국가적 균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카메룬 언론사 카메르 프레스 미디어의 편집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타미탄 버트랜드는 ‘도둑맞은 선거’ 논란으로 폭발한 카메룬의 민심과 43년 장기집권 체제가 맞닥뜨린 구조적 위기를 짚으며 다가올 2026년을 앞둔 이 나라의 불안정한 미래를 분석했다.

카메룬 헌재, 비야 대선 승리 확정해
야권 후보 자신이 승자라 선언 ‘혼란’
전역에서 ‘도둑맞은 선거’ 항의 확산
시위로 최소 48명 사망·수십명 부상
전국 총파업·통행금지로 경제 마비돼
국제사회, 카메룬에 투명성·자제 촉구
43년 동안 카메룬은 거짓말과 좌절 속에 살아왔다.
지난달 27일 새벽, 카메룬 헌법재판소는 10월 12일 대통령 선거의 승자로 폴 비야 대통령을 공식 선언하며 그에게 53.66%의 득표율을 부여했다. 전 통신부장관 출신으로 야권 후보로 나선 이사 치로마 바카리(79)는 공식 결과 기준 득표율 35.19%를 얻었다.
1982년부터 집권해온 92세의 비야는 불안, 불신, 광범위한 회의론 속에서 여덟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2008년 대통령 임기 제한을 철폐한 그의 장기 집권은 제도 약화, 책임성 저하, 권위주의 심화로 널리 비판받아왔다.
올해 선거는 민주주의의 절차보다는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대중의 압력에 의해 형성됐다. 극북, 북부, 북서, 남서 지역과 두알라·야운데 같은 도시에서 시민 수만명은 이번 선거를 국가 권력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바카리는 비야 정권 내부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활용하며 투명성, 정치적 책임, 청년 참여를 약속하는 개혁적 인물로 자신을 포지셔닝했다. 그의 강력한 지지 기반은 북서·북부·극북 지역이었고 이 지역에서는 이후 공식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반면 비야 대통령은 지속성, 안정, 국가 제도 충성이라는 서사에 의존하며 점진적 인프라 개발과 분쟁 지역의 안보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고령과 건강 이상설은 후계 문제와 통치 능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특히 도시 청년층은 그의 장기 집권을 정체와 능력보다 충성에 더 보상을 주는 체제의 상징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북서부와 남서부에서는 수년간의 분리주의 분쟁과 폭력으로 인해 투표 자체가 위험하고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발표했다. 많은 주민과 독립 관측단은 이를 믿을 수 없는 수치라고 즉각 비판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논란이 영어권의 분노와 북부 지역의 불만이 겹치며 전국적인 폭발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압박도 정치적 불만을 키웠다. 청년 실업, 지역 불균형, 인플레이션, 지연된 인프라 사업 등이 시민들의 좌절을 심화시켰다. 상인, 장인, 교사, 공무원들은 40년 넘게 이어진 같은 지도력 아래서는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은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인터넷 제한, 투표소 운영의 불규칙성, 영어권 및 북부 지역의 혼란 등은 조작 우려를 초기에 불러왔다. 그럼에도 일부 도시와 바카리의 지지 기반인 극북 지역에서는 높은 투표율이 나타나 시민들의 좌절과 결의를 동시에 보여줬다.
선거 직후, 바카리는 독립 집계를 근거로 자신이 승자라고 선언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전례 없는 규모로 결집했다. 가루아, 마루아, 두알라, 바멘다의 거리는 투명성을 요구하는 수천명의 시위대로 가득 찼다. “우리의 표를 존중하라”, “거짓말은 그만”, “노 모어 비야(No More Biya)” 등의 구호가 전국적 분노의 상징이 됐다. 공무원, 교사, 상인, 학생들이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시장, 사무실, 학교, 교통망은 마비됐다.
현장 목격자들은 보안군이 최루탄, 물대포, 실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했다고 전했다. 독립 관측단은 최소 48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으며 수천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시위자·언론인·정치 활동가들이 자의적으로 체포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 곳곳에서 정치 시스템에 대한 깊은 환멸이 표출됐다. 두알라의 한 대학생은 “43년 동안 같은 거짓말, 같은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마루아의 한 노년 상인은 “우리는 기다려왔다. 하지만 비야는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한 SNS는 시위, 파업, 탄압 상황을 공유하는 창구가 됐다.
혼란은 경제 활동에도 큰 타격을 줬다. 야운데, 두알라, 바멘다 같은 대도시에서는 통행금지와 검문소로 인해 상업과 교통이 마비됐다. 북부 지역에서는 농산물 운송이 지연되며 수백만명의 식량 공급이 위협받았다. 시장은 부분적으로 폐쇄됐고, 소상공인들은 큰 손실을 보고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새 프로젝트를 주저했다. 병원과 학교 등 공공서비스는 파업으로 인력 부족을 겪었다.
이 같은 전국적 시위에도 비야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야운데에서 8번째 임기를 위한 취임 선서를 했다. 아프리카연합(AU)과 일부 국제 파트너들이 참석했지만 전국적인 시위로 인해 이 행사는 빛이 바랬다. 시위대는 “거짓말”, “도둑맞은 선거”를 외치며 보안군과 충돌했고 진정한 변화를 요구했다. 이 취임식은 형식적 절차와 대중의 정서 사이의 극명한 괴리를 드러냈다.

◆갈림길 선 카메룬
카메룬은 지금 매우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한 방향은 청년 실업, 지역 불평등, 투명한 통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 개혁을 요구한다. 비야 대통령은 인프라, 사회 프로그램, 청년 참여를 강조했지만 시민들은 43년간 반복된 약속 이후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방향은 더 깊은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지속적인 탄압, 야당 배제, 불만 방치는 국가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분석가들은 기존의 불만에 선거 부정 의혹까지 더해지면 2026년에 카메룬이 고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는 신중하지만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AU와 유엔은 자제와 투명성을 촉구했다. 프랑스는 대화를 요구했고, 미국은 위협과 폭력 보고에 우려를 표했다. AU 특사 파투 벤수다는 카메룬이 갈등 악순환을 피해야 하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리뿐 아니라 제도를 통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야 대통령의 재선은 ‘지속성’을 의미할 수 있지만 시민들의 불만을 외면할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극북 지역의 무장세력, 영어권 분리주의 갈등, 빈곤, 기회에 목마른 젊은 인구 등으로 고통받는 국가에서 2025년 선거는 카메룬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책임성과 투명성, 실제적인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위, 파업, 대중의 환멸은 정부 권위와 시민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할 절박성을 보여준다. 이를 무시한다면 ‘변화 아니면 혼란’이라는 말은 상징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야운데, 두알라, 바멘다, 가루아, 마루아의 해질녘 거리에는 긴장감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분위기가 흐른다. 시장, 사무실, 학교는 부분적으로 닫혀 있고 시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비야 대통령의 취임은 법적으로는 결정적이지만, 40년 이상 동안 망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메룬은 지금 통치, 정당성, 시민 안정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으며 국가와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인 나라를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