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초대 의장 선임
“현재 확인 정보 4명뿐 나머지 확인 안돼”
내년 7000억 투자… 2030년 거래액 40조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JV) 이사회 구조.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구조. 이사회는 5명으로 구성됐으나 정용진 회장 등 4명만 공개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나머지 1명은 저희 쪽에서도 파악이 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출처: 챗GPT)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구조. 이사회는 5명으로 구성됐으나 정용진 회장 등 4명만 공개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13일 본지에 “나머지 1명은 저희 쪽에서도 파악이 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출처: 챗GPT)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알리바바인터내셔널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 초대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2021년 3조 4000억원을 들여 사들인 G마켓이 4년간 적자 늪에 빠지자, 정 회장이 직접 재건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책임 경영’ 의지를 담고 나선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정 회장을 합작회사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선임했다. 정 회장이 회사 경영진으로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3년 이마트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지 12년 만이다. 법적 책임까지 지는 자리에 다시 앉은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JV 합작회사가 생긴 뒤 시장에선 ‘결국 G마켓을 중국 회사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정 회장이 최고 책임자로 나서면서 이런 의구심은 사그라지는 동시에, 알리바바의 기술과 해외 판매망은 빌려 쓰되 회사 운영권과 사업 방향은 신세계가 쥐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엔 알리바바 쪽으로 지분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는데 정 회장이 직접 총대를 메면서 ‘신세계 회사 맞다’는 걸 확실히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는 5명으로 구성됐다고 언론이 보도했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이 공개된 인물은 4명뿐이다. 정용진 회장(의장), 장승환 G마켓 대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제임스 동 알리바바 AIDC 사장이다.

장규영 상무는 CFO로 ‘실무 운영 총괄’을 맡는다.

신세계그룹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관련 11일자 보도자료. (제공: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관련 11일자 보도자료. (제공: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구성원 5명 중 1명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현재로서는 확인된 정보가 이사회 인원 5명”이라며 “그중 4명에 대한 정보만이 확인됐고 나머지 분이 누군지는 아직 저희 쪽에서도 파악이 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는 배포된 자료의 4명으로만 보도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18일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올해 1월 초 합작법인 등기부에는 알비바바 측 인사만 등재돼 있었다. 대표이사는 ‘휴이 왓 신 신디(Hui Yat Sin Cindy)’ 알리익스프레스 법무이사가, 사내이사는 레이 장이 맡았다. 신세계 측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달 들어 정 회장을 의장으로 하는 정식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양사가 함께하는 합작법인 체제를 갖췄다. 

G마켓은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 오픈마켓 1위였다. 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과 네이버의 검색 연동에 밀리면서 ‘구세대 플랫폼’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원도 채우지 못했고 올해 1~3분기 매출은 5690억원(지난해보다 22.4% 감소), 영업손실은 663억원에 달한다.

최근 3년(2022~2024년) 쌓인 손실만 1649억원에 달한다. G마켓이 돈을 까먹으면서 이마트의 빚도 늘었다. 이마트의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G마켓을 인수하기 전인 2020년 112.8%에서 올해 3분기 151.0%로 뛰었다.

G마켓은 내년 한 해만 7000억원을 투입한다. 판매자를 돕는데 5000억원, 마케팅에 1000억원, AI 플랫폼 구축에 1000억원 등이다. 3년간 AI 기술에만 3000억원을 투자해 알리바바의 AI 검색·추천 기술과 물류 시스템을 들여온다.

피크 트래픽 처리 용량을 1초에 3만명, 주문을 1초당 1000건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7년까지 검색·추천 기능부터 광고 시스템, AI 비서, 라이브 숏폼까지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낸다. 알리바바가 동남아에서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라자다’와 시스템을 연결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5개국에서 이미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합작회사 JV는 2030년까지 연간 거래액을 지금의 2배가 넘는 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문제는 자금 조달과 투자 회수 시점이다. 내년 투자의 절반만 3년간 쏟아부어도 필요한 자금은 조단위에 이른다. AI 시스템 완성되는 2027년까지는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3조 4000억원 들여 사고 여기에 또 수조원을 추가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G마켓이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며 “AI 투자 효과가 눈에 보이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30세대는 이미 쿠팡의 빠른 배송과 네이버 검색에 익숙해졌다. 알리바바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거부감으로 작용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과 손잡은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정치적·외교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장은 정 회장의 경영 수완을 주목한다. 지난해 3월 정 회장이 직접 나선 이마트는 실적을 되살렸다. 지난해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1분기(전년 대비 238.2% 증가), 2분기(216억원), 3분기(35.6% 증가)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마트 부채비율도 3분기 연속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불황에 맞춰 가성비 전략으로 살아난 것거럼 G마켓도 알리바바의 기술과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 재기할 수 있다”며 “다만 막대한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실적을 언제 되돌려놓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최근 사무실을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G마켓 본사가 있는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로 옮겼다. 이달 약 120억원 규모 추가로 투자받아 자본금을 126억원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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