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
검찰 수뇌부 공백 불가피

[서울=뉴시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서울=뉴시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여파가 결국 검찰 수뇌부로 번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이날 오전 대검 간부진에게 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 이후 검찰 내부에서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대검 내 연구관들과 검사장급 간부들까지 사퇴를 요구하자 결국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하루 연차휴가를 내고 거취를 고심하다 이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 포기’ 논란, 법무부 외압 진위 공방

논란은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7일 밤까지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등 피고인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1심 판결에 다툼의 여지가 있음에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자 내부 반발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은 “통상적인 업무처리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검 지휘부가 법무부 의견을 들은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무부가 항소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히 판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노 대행이 내부 면담에서 “법무부 차관에게 항소 포기 선택지를 제시받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실 공방이 본격화됐다.

◆“수사지휘권 발동 언급” vs “협의일 뿐”

노 대행은 대검 과장 및 연구관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며 “그 내용은 사실상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이 차관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무부 차원의 강한 압박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반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국회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비공개 회의에서 “노만석 차장과 통화한 사실은 맞지만, 선택지를 제시하거나 지휘권 발동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이건 사전 조율과 협의일 뿐 수사지휘권 행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정성호 장관 역시 “그런 사실 없다”며 “일선에서 (법무부 의견을) ‘지휘’로 받아들였다면 서면으로 지휘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내부 “지휘부 신뢰 붕괴”… 사퇴 요구 잇따라

법무부와 대검의 해명이 엇갈리자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대행의 리더십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검 연구관들뿐 아니라 부장검사급 참모진, 일선 검사장들 사이에서도 “조직의 독립성과 명예가 훼손됐다”며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노 대행은 면담 자리에서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 검찰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다”, “나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러한 해명은 내부 불신을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윗선 개입’ 논란과 내부 반발이 겹치며 사퇴로 귀결됐다.

노 대행의 사퇴로 검찰은 다시 수뇌부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심우정 전 총장이 7월 중순 사퇴한 뒤 넉 달 동안 이어진 대행 체제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검 내 서열상 선임자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직무대행 업무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 된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문성우 대검 차장이 대행을 맡았다가 퇴임하면서 한명관 당시 기조부장이 직무대행을 이어받은 바 있다.

또 2022년 ‘검수완박’ 입법 추진 당시 김오수 총장이 사퇴하고 박성진 차장이 대행을 맡았으나, 박 차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예세민 기조부장이 ‘대행의 대행’을 맡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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