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재부각
野 “개인 로펌, 권력에 앉힌 것”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5.11.1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1/3338532_3420695_316.jpg)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주요 라인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침 없었다” vs “인적 네트워크가 사실상의 통로”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날 “여러 보고를 받았지만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며 “합리적인 판단을 하라는 정도의 말만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민정수석실에 사전에 공유된 내용은 있었지만 지시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이러한 해명에 대해 “형식적인 부인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이유는 사건 보고 체계가 검찰청–대검찰청–법무부–대통령실 민정수석실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7월 14일 논평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줄줄이 임명되며 사실상 ‘이재명 로펌’이 권력의 핵심에 자리했다”며 “혈세로 대통령의 수임료와 경력 관리까지 대신해주는 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 변호인 출신, 민정·법무 라인
실제로 현재 대통령실 민정수석 봉욱 아래에 배치된 비서관 4명 중 3명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다.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맡았던 인물로,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변호를 맡았다. 해당 사건은 이후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확산된 바 있다. 이장형 법무비서관은 쌍방울 사건 변호를 맡았고,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대통령을 변호했다.
법무부 내부 역시 유사한 구도로 짜여 있다. 정성호 장관의 정책보좌관 조상호 변호사가 대장동·쌍방울·위증교사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며, 법제처장 조원철 또한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은 전부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공직자 신분으로 발언해 논란을 불렀다.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할 때, 대통령 변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정부의 법률·법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법 독립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성훈 대변인은 “대통령을 법정에서 방어하던 인물들이 이제는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에서 국정을 방어하고 있다”며 “이는 임기 후 재판을 대비해 개인 로펌을 권력 중심에 앉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개인 로펌’ 논란과 권력 사유화 의혹
야권의 우려는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 사법 절차의 공정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8개 사건, 12개 혐의, 5건의 재판과 관련돼 있으며, 임기 종료 후 다시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대장동, 위증교사,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등은 모두 현직 정부 인사 다수가 변호를 맡았던 사건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변호인단이 검사실을 장악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구조가 증거 인멸이나 재판 개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지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김희수 역시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인 출신으로,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쌍방울이 북한에 송금했다는 자금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발언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는 대통령에게 불리한 핵심 증언을 뒤흔드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도덕성은 실종됐다”… ‘보은 인사’ 비판도 확산
인사 논란은 도덕성 문제로까지 번졌다. 박성훈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원내대표가 실용·능력·성과를 인사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도덕성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과 총리가 전과자이기 때문에 도덕성을 포기한 것이냐”며 “제자 논문 표절·투기·탈세 의혹이 있는 인사까지 줄줄이 지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방탄 인사’로 일관하며 권력의 사유화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정성호 장관이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이 사건은 공소 취소가 맞다”고 발언한 점과 맞물려, 법무부가 대통령의 법적 방패막이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소 포기, 시작에 불과”… 향후 재판 개입 우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일회성 결정이 아니라 사법 절차 전반을 흔드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이미 피고인들이 항소한 사건에 맞대응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배경에 대통령 측 인사 네트워크가 작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일수록 사법의 독립이 중요하지만, 지금의 구조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대통령의 과거 변호인들이 검찰 보고 라인의 상단에 포진해 있다면, 어떤 사건도 중립적으로 다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도 대장동 변호인 출신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박균택·김기표·이건태·김동아 의원 등이 최근 “대장동과 대북송금 사건은 조작 기소”라며 ‘이재명 무죄론’을 강화하고 있고, 여기에 정보기관까지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야권은 “입법·행정·정보기관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이재명 방탄 삼각구도’가 완성됐다”고 비판했다.
◆야권 “李 정부, 신뢰·도덕성 잃을 것”
핵심 쟁점은 대통령 개인의 법적 리스크가 국정 전반의 도덕성과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점이다. 야권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정보기관까지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공정한 법 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국민 눈높이를 외면한 보은 인사와 사유화의 결과는 민심의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은 단순히 한 사건의 결정이 아니라, 사법 질서와 권력 윤리의 경계가 무너지는 징후”라며 “대통령 개인의 방탄 인사가 국정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장동 항소 포기’는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단이 권력 핵심으로 들어와 제도적 견제 장치를 무력화하는 구조적 문제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