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전후 또 연쇄도발
이재명 정부 안보 시험대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북한이 지난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데 이어 16일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올해 들어 7번째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로, 최근 미국의 연이은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한 반발성 무력 시위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7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군은 구체적인 발사 장소와 비행거리, 사거리, 탄종 등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며,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지난달 22일 이후 16일 만이다. 당시 북한은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발을 발사하며 APEC 개최를 앞둔 한반도 정세를 정면으로 자극했다. 이어 불과 보름여 만에 재차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대외 제재 압박 국면에서 미사일 카드를 상시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사이버 범죄, 불법 환적, 불법 자금 세탁 등 북한의 제재 회피 수단을 정조준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한 점이 북한 도발의 직접적 배경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한산 석탄·철광석 불법 환적에 관여한 제3국 선박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북한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에 대한 다자 압박 신호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2기가 1월 출범한 이후 미국이 북한 관련 유엔 제재 지정을 공식 요청한 것은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하루 뒤인 4일 미 재무부는 북한 정권의 사이버 범죄 수익과 정보기술(IT) 노동자 위장 파견 등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 소재 기관 2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북한은 이를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대미 강경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은철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현 미 행정부가 우리를 끝까지 적대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우리 역시 언제까지든지 인내력을 갖고 상응하게 상대해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또다시 여과없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제재 강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예고했다.
이 같은 담화 직후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제재 조치와 북한의 반발 담화, 그리고 실제 군사행동이 하나의 연결된 수순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북한은 APEC을 앞둔 발사에 이어 추가 도발을 통해,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수록 군사 행동 수위를 높이겠다는 ‘제재 역공’ 구도를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동시에 새로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초반부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며, 향후 북·미,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번 발사는 한국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연속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는 동맹 공조, 제재 이행, 대화 모색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일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조치에 탄도미사일로 맞불을 놓는 패턴을 반복할 경우 향후 한반도 정세는 제재와 도발이 맞물린 긴장 국면이 구조화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