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방해·지연 등 의혹 조사
‘친윤’ 송창진·김선규 등 소환
공수처장 소환 일정 공개돼
공수처 “사전에 알려져 유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제공: 공수처) ⓒ천지일보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제공: 공수처) ⓒ천지일보DB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방해 및 지연 의혹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전직 부장검사 2명 등 이른바 ‘공수처 윗선’에 대한 피의자 소환 조사가 금주부터 다음주 초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을 오는 31일 오전 9시 30분에 직무유기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처장은 지난해 8월 접수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건을 1년가량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공수처법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오 처장 외에도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 등이 관련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기 위해 대검 통보를 미룬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이 차장은 이날 오전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박 전 부장검사는 전날 1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 15일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 확보를 위해 공수처 수사기획관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현재 의혹의 발단이 된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건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 임용 전 이 전 대표의 변호인 전력이 있음에도 수사를 개시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회피 신청을 한 점과,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국회에서 진술한 것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된 송 전 부장검사와 김선규 전 부장검사에 대한 피의자 소환 조사도 예고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29일, 김 전 부장검사는 내달 2일 소환된다. 특검팀은 이들 이른바 ‘친윤 검사’들이 공수처 내부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파악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공수처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통신기록 압수수색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송 전 부장이 직을 걸면서 반대한 정황을 파악했다. 한 공수처 검사는 특검에 출석해 “송 전 부장검사가 사직하겠다는 뜻을 비출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채 상병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는 거부권 행사 명분을 위해 수사를 되레 서둘렀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두 전직 부장검사가 윤 전 대통령과 연관성이 있는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09년 대구지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평검사였던 2013년 대검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을 이끈 윤 전 대통령(당시 여주지청장)에 대해 중징계를 추진하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징계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이 오 처장의 소환 일정을 공개한 것을 두고 공수처가 유감을 표명하면서 특검과 공수처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인물들에 대한 출석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상황이 사전에 또는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 특검보는 “그간 특검은 사건의 주요 피의자·당사자에 대한 조사 일정을 공개해왔다”며 “지금까지 해온 원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 처장이 특검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만일이나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답하는 동시에 “의혹이 제기된 행위의 시점과 당사자들의 관련성 등을 주의 깊게 봐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한 대통령 승인이 이뤄지면서 특검 수사기간은 내달 28일까지로 늘어났다. 정 특검보는 “남은 한 달 동안 수사를 마무리하고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는 별개로 구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이날 오전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특검에 다시 출석했으며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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