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5개월여 만에 최고치
당국 “쏠림 가능성 경계”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13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급등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외환당국은 “경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0원 오른 1430.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1434.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줄여 1420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이 1434원을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우려 확대에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다음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히며 유화적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은 “시장 쏠림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메시지는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구두개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430원선을 안정적으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실개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의 공동 구두 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의 환율 흐름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지, 구조적 불안으로 번질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중국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신흥국 통화 전반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7% 하락해 아시아 주요 통화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설 경우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분간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