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수목·석재 흔적 없이 묘연
관리 절차 누락 회계 처리 부실

[천지일보 영동=김홍진 기자] 충북 영동군이 기증재산 관리 소홀과 부적정 처리 의혹과 관련해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군은 지난달 30일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기증 수목 43주 중 10주가 행방불명됐고 조경석 역시 2023년 8월 중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서울 거주 A씨가 2022년 기증한 수령 100년 이상 목단·향나무 등 조경수 48주와 조경석 15t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사 결과 수목은 43주만 확인됐고 이 중 13주는 고사 흔적이 발견됐다. 나머지 10주는 흔적조차 없어 무단 반출이나 도난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경석도 특정 장소에 보관돼 있었으나 축제 준비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기증 수목에는 수십년 이상 자란 고가 수종이 포함돼 있어 관리 부실 비판이 거세다. 감사 결과 관리·회계 전반에서 절차 미이행과 기록 누락이 확인됐다. 군은 지정기탁서 제출, 기부심사위 심의, 기증품 조서 작성 등 기본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물품관리대장 등재와 불용품 폐기 조서도 누락됐다. 감사팀은 이 같은 관리 공백이 기증재산 분실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회계 부문에서도 실제 이식작업은 2일이었는데 장비사용료는 3.5일분이 집행됐다. 군은 과다 지급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감독·검사 의무 소홀은 인정했다. 기록 관리 부재 또한 드러나 담당자 교체와 시간 경과에 따라 관리가 방치됐고 책임 소재를 확인할 근거도 부족했다.
정영철 영동군수는 “기증자의 뜻을 받들지 못해 송구하다”며 “관련 공무원 신분상 조치와 함께 기증품 관리 매뉴얼 제정, 관리체계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수목의 법적 성격 변화에 따른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시행령·조례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실무자 8명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 전반의 구조적 문제임에도 지휘부 책임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감사가 언론 보도로 시작된 만큼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군이 자체적으로 나섰을지 의문”이라는 불신도 제기된다.
영동군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특별 재물조사에 착수했지만 군민들의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십년 수령의 귀중한 수목과 석재가 행정 관리 부실 속에 사라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기증자의 선의가 행정 불신으로 돌아왔다”며 제도 개선과 철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