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세계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무형자산(특허)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팬텀(유·무형) 투자가 늘면서 기업·국가 차원의 총투자에서 무형투자(특허·소프트웨어·데이터 등)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최신 WIPO 보고서에서 확인된다.
2615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연구 결과, 특허나 상표 등 지식재산(IP)을 선행 출원할 경우 자금조달 가능성이 평균 1.7배 이상 증가하며 출원 규모가 20건 이상에 달하면 이 수치는 17.1배까지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는 단순히 기술 경쟁을 위한 보호수단을 넘어 실제 자본지출을 이끄는 신호이자 기반이다.
벤처캐피탈(VC)은 특허를 ‘신호’와 ‘실사자료’로 적극 활용한다. 최근 EPO·연구보고서는 고기술 스타트업에서 특허가 VC 유치 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특히 숙련된 VC일수록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조적으로 해석해 기술적 우위·회피설계 가능성·출원 전략의 질을 따져보고 투자 결정을 내린다 산업분야에 따라 효과 크기는 다르다. 혁신하고 VC 투자유치해 추가적인 혁신을 이루는 선순환 증거가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최신 연구들은 특허활동이 VC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VC유입이 기업의 연구·제품화 속도를 높여 추가 특허생산으로 이어진다. 즉 특허는 단순한 정적 자산이 아니라 외부금융과 결합해 혁신의 동력(가속 페달)으로 동적인 작동한다는 점이 반복 관찰된다.
특허 질(quality)이 투자자 평가에서 중요해져 단순히 출원 수가 많은 것보다 인용·심사 지표·청구항의 강도 등 질적 지표가 투자자 신뢰를 좌지우지한다. 심사관의 연중 심사 건수나 무효 건수의 상향 등으로 질이 낮게 허용될 경우, 특허는 오히려 투자자에게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I·바이오 분야의 핵심 특허는 전략적 파트너십·라이선스·기업가치 제고로 직결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정책·규제·보조금이 결합되는 분야에서는 특허가 시장 접근권 또는 규모의 경제를 위한 확보 수단으로 기능한다. 첫 투자에서의 특허 신호 효과가 크다.
미국 바이오벤처 1500여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최초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특허 보유 시 평균 63만 달러(약 8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 유치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프랑스와 뉴욕 기반의 AI 특허지원 스타트업 DeepIP는 특허 검토·작성 보조의 AI를 개발해 시리즈 A에서 1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제품이 단순한 툴이 아니라 특허업무의 생산성·리스크 완화(변리사·심사 대응 시간 단축)를 혁신적으로 바꾼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실제 고객 도입이 빠른 매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거시 환경이 특허-투자 관계를 증폭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 국가 차원의 R&D·세제·IP 보호 수준, 특허심사 속도 및 법원 판례(특허강도)가 투자자들의 리스크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WIPO·EPO 통계에서는 특정 국가의 R&D·특허정책이 강화되면 외국인·민간투자가 해당 분야로 유입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글로벌 특허·투자 집적의 지역적 이동이다. 하지만 특허 수만 늘려서 과대평가를 유도하려다 투자자 조사(딜리전스)에서 취약점이 드러난 기업의 사례가 반복된다. 내부 기술력과 상용화 전략 없이 특허만 양산한 스타트업이 후속투자에서 철회된 케이스들이며, 이는 투자자들이 특허의 사업화 성공가능성을 함께 본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질 높은 특허 전략과 더불어 투명한 실사자료가 관건이다. 기업은 (1) 특허맵과 클레임 분석으로 핵심 청구항의 보호범위와 회피설계 가능성을 점검하고, (2) 특허의 기술사업화 경로(파일럿·규제·라이선싱)를 문서화하며, (3) 심사·인용·가치평가 지표로 특허 질을 수치화해두고 투자자에게 언제든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는 반대로 특허의 기술적·법적 취약성을 전문평가(외부 특허변리사 등)로 점검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 두 축의 정합성이 향후 특허가 투자로 연결되는 결정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