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AI 스타트업들이 기술 혁신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시장의 판도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2022년 챗GPT가 등장한 이후 생성형 AI는 산업과 경제, 법률,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강력한 파급력을 미치며 투자와 기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와 동시에 지식재산권(IP) 관련 이슈도 빠르게 확대됐다. AI 스타트업에게 데이터, 알고리즘, 모델, 그리고 브랜드는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특허, 저작권, 상표권 등 IP 전략은 단순히 법적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 동력을 좌우한다.

초기 AI 스타트업들은 속도와 혁신성을 무기로 시장에 도전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아파치 스파크(Apache Spark)’는 기존의 데이터 처리 표준이던 하둡(Hadoop)보다 최대 100배 빠른 성능을 보여주며 데이터 처리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이 혁신성을 기반으로 데이터브릭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연간 매출 40억 달러(약 5조 3천억원)를 돌파하며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는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의 출처와 합법성, AI 모델 보호, 그리고 브랜드 관리가 기업의 존속과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앤스로픽, 코히어, 미스트랄 AI, 퍼플렉시티 AI 등 글로벌 AI 스타트업 사례를 살펴보면 각 기업의 창업 동기와 성장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IP 전략의 방향성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다.

앤스로픽과 코히어는 AI 모델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며 특허와 영업비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미스트랄 AI와 스테빌리티 AI는 오픈모델을 공개하고 생태계 확장을 통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 AI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저작권, 상표권 등 IP 분쟁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앤스로픽의 저작권 침해 사건이 있다. 앤스로픽은 자사 AI 챗봇인 Claude를 학습시키기 위해 온라인 섀도우 라이브러리(Shadow Libraries)에서 약 50만권 이상의 저작권 도서를 무단으로 다운로드 했다.

미국 법원은 AI 학습 목적 자체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저작권 도서를 불법적으로 다운로드한 행위 자체는 위법으로 판단했다. 결국 앤스로픽은 2025년 9월 약 1.5억 달러(약 1조 5천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사례는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 관리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윤리적으로도 기업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는 핵심 이슈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AI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IP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첫째, 학습 데이터는 반드시 합법적 출처를 통해 확보해야 하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계약과 라이선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둘째, 핵심 알고리즘은 특허로 권리화하고, AI 모델의 학습 파라미터나 기술적 노하우는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등 특허와 영업비밀의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브랜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주요 시장에 상표를 조기 등록해야 한다. 넷째,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할 때는 각 라이선스의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 유치나 해외 진출을 앞두고는 반드시 IP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해 잠재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혁신만 바라보던 시대를 넘어, IP 전략은 진정한 성공의 핵심 동력이자 AI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켜주는 마지막 방패가 될 것이다. AI 스타트업은 기술과 IP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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