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총성없는 기술 전쟁의 생태계에서 한 특허가 단순히 발명 보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핵심 특허를 둘러싼 주변 기술을 빈틈없이 포위하는 서라운딩(surrounding) 특허 전략은 특허권 싸움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정교한 무기다. 이 전략의 핵심은 단일 특허가 아닌 특허 포트폴리오를 통한 기술 생태계 구축에 있다.

상상해보자. 한 기업이 혁신적인 스마트폰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경쟁자는 그 핵심 기술을 쉽게 넘볼 수 없다. 왜냐하면 주변의 유사 기술까지 빈틈없이 특허로 감싸놨기 때문이다.

그들은 핵심 기술뿐만 아니라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촘촘히 특허망으로 보호한다. 바로 이것이 서라운딩, 핵심 특허를 둥글게 포위해 경쟁자의 침입을 막는 뾰족한 방패 같은 전략이다. 작은 체구의 고슴도치도 몸을 둥글게 가시를 내밀면 커다란 덩치의 사자나 호랑이가 얼씬도 못하는 동물의 세계와 같다.

서라운딩 특허를 확보하면 기술거래 시 패키지 딜로 거래금액 상승 효과가 크고, 거래 상대가 안전하게 사용가능해 거래 협상력이 강화되고 기술거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게 하여 라이선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서라운딩 특허 전략은 방어적 성격과 공격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방어적으로는 경쟁사의 유사 기술 개발을 제약하고 공격적으로는 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호를 넘어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기능을 한다. 뛰어난 방어 수단이면서 공격의 칼날로도 가능해 산업계의 치열한 체스 게임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다.

하지만 모든 전략에 함정이 있듯 서라운딩도 법적 리스크가 따른다. 최근 대법원과 특허법원 판례는 권리 범위의 명확성, 기술의 진보성 여부를 엄격하게 묻는다. 서라운딩을 한다고 하여 하나의 특허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리 설정은 법적 무효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즉 치밀하게 짜여지지 않은 서라운딩 전략은 때에 따라 무기보다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분쟁에서 포위망 전략은 첫판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핵심 쟁점이었다. 누가 먼저 움직이고 어떻게 포위망을 뚫을지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봤다.

서라운딩 특허는 계산된 구속을 필요로 한다. 경계가 모호하면 상대에게 법적 틈을 주어 권리를 잃게 되고 경쟁사의 밥이 되기도 한다. 반면 잘 설계된 서라운딩은 경쟁자들에게 이 근처에 발 붙이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하는 보호막이 된다.

특히 기술 융복합 시대에는 서라운딩과 표준특허가 맞물려 복잡한 법률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두 유형의 특허를 조합해 전방위 포위를 완성하는 모습은 첨단 기지 방어를 떠올리게 한다.

서라운딩 특허 전략은 기술 경쟁과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강력한 도구이지만 법원 재판과 공정 경쟁 규제 내에서 신중히 운영해야 한다. 최신 판례들은 권리 범위 설정과 증명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와 산업 환경 변화를 고려해 특허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서라운딩 특허는 단순히 특허 많이 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술과 법,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전략적 예술이다. 이를 무기로 삼아야 하는 기업과 발명가는 영리한 방어와 공격의 균형을 상호 맞춰야 한다.

하나의 특허를 출원하고 후에 무용해진 특허의 쓴맛을 볼 수도 있으니 부단히 연구개발해 나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내우선권제도와 미국에서는 일부계속출원제도와 계속출원제도, 분할출원 등으로 전략적 활용을 취해야 완벽한 기술보호를 받는 길이다.

국내외적으로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혁신적 기술 개발과 정교한 특허 전략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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