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증언 담은 70분 다큐
“상처 치유하는 계기 되길”
국제적 연대와 파장 이어져

16일 오후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제공: 진실화해위원회)
16일 오후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제공: 진실화해위원회)

[천지일보=배다솜 수습기자] 해외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Lost Birthday)’가 해외 입양 피해자들과 가족들 앞에서 처음 공개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로스트 버스데이(Lost Birthday)’는 입양 당사자들의 증언과 진실 규명 보고서를 토대로 왜곡된 서류와 신분 조작에 가려졌던 피해의 실상을 드러냈다.

작품은 미국, 덴마크, 프랑스 등 현지를 취재하며 1년여 제작 끝에 완성됐다. 배우 라미란이 내레이션을 맡아 담담한 목소리로 피해자의 삶을 전하며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영화는 ▲입양 서류 조작으로 ‘고아’로 둔갑된 아이들 ▲잘못된 의료기록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사례 ▲바뀐 성별과 생년월일 등 조직적인 아동 매매 구조를 고발한다. 아울러 해외 입양인들이 성인이 된 뒤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연대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어릴 적 덴마크에 입양된 이바 호프만(Iba Hoffmann)은 작품에서 “입양 서류에는 고아라고 기록돼 있었지만 사실 가족들은 30년간 나를 찾아 헤맸다”며 충격을 전했다. 또 다른 출연자 니아(Nia) 역시 “선천적인 줄로만 알았던 장애가 의료진의 실수였고 그 내용이 입양 서류에 조작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16일 오후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 시사회에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제공: 진실화해위원회)
16일 오후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 시사회에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제공: 진실화해위원회)

또한 덴마크 입양인들로 구성된 덴마크한인진상규명그룹(DKRG)의 활동은 해외 입양 중단 결정과 국제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이는 입양 문제를 국제적 인권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영화는 전했다.

시사회에서 이주원 감독은 “불법 해외 입양은 과거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문제”라며 “피해자들의 작은 소망을 관객들이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누구도 자기 생일과 이름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며 “잘못된 기록 속에 정체성을 빼앗긴 입양 피해자들이야말로 6.25전쟁이 낳은 비극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14만명, 비공식적으로 20만명이 넘는 해외 입양인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며 “이번 다큐가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상영 이후에는 해외 입양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상임위원들이 소감을 전했다.

이옥남 전 상임위원은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조사관들이 간접 정황을 통해 끊임없이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피해자들이 충분히 구제받고 진실이 더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상수 상임위원은 “해외 입양은 단순한 입양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아동 강제 이동 문제”라며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분히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앞으로 국내외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며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천지일보=배다솜 수습기자] 16일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다큐 ‘로스트 버스데이’ 포스터가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5.09.16.
[천지일보=배다솜 수습기자] 16일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다큐 ‘로스트 버스데이’ 포스터가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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