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 비전, 대중과 만남
와인·포도축제 연계 문화효과
1000억 경제적 효과 활력 기대
난계 박연 고향 국악 뿌리 조명

[천지일보 충북=김홍진 기자] 국악 세계화를 향한 대장정이 충북 영동에서 막을 올렸다.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 개막 첫날 가을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우산을 든 가족과 청년, 단체 관광객이 몰려든 행사장은 다양한 선율과 환호로 채워지며 작은 고장이 세계를 향한 무대로 거듭났다.
이번 엑스포는 내달 11일까지 30일간 이어지며 국악의 뿌리에서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펼친다.

◆국악 인프라·관광 연계 비전 제시
인구 4만여명의 작은 고장에서 세계로 향한 큰 날갯짓이 시작됐다.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개막과 함께 국악 세계화를 향한 무대를 본격화했다.
엑스포는 ‘국악의 향기, 세계를 물들이다’를 주제로 총사업비 163억원이 투입됐으며 세계 30개국에서 100만명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한다. 영동읍 매천리 레인보우힐링관광지와 심천면 국악체험촌 일원에서 국악주제관, 체험, 학술행사, 공연 등이 마련돼 국악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릴 예정이다.
김영환 충북지사(공동조직위원장)는 기자회견에서 “K-컬처의 중심에는 케이팝이 있고 그 뿌리에는 K-국악이 있다”며 “국악을 세계 음악과 어울려 확산시키고 충북의 국악 인프라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포를 계기로 국립국악원 영동 분원 유치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영철 영동군수(공동조직위원장)는 “영동은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으로 국악의 뿌리와 정체성을 간직한 곳”이라며 “엑스포를 와인·포도축제와 연계하고 관광 자원화해 국악·문화도시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엑스포 조직위는 이번 행사가 생산유발 793억원, 부가가치 유발 342억원, 소득유발 152억원 등 1000억원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장에서 어우러진 웃음과 선율
기자회견이 끝난 뒤 행사장에는 퓨전 국악이 울려 퍼졌다. 지하철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자 관람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곧 박수로 화답했다. 국악이 일상과 맞닿는 순간이었다. 영동군 항간면에서 온 김향순(가명, 76, 여)씨는 “해마다 열리던 난계국악축제를 수십 년간 빠짐없이 즐겼다”며 “올해는 엑스포로 확대돼 국악뿐 아니라 포도, 감 같은 특산물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충주시·보은군 등 충북의 다른 시군도 홍보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오후 2시경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관람객들은 우산을 펼치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빗소리와 국악 선율이 어우러지며 축제의 정취를 더했다. 개막식 마지막 무대에서는 민영치·전우실 협연과 ‘영동아리랑’ 합창이 장내를 하나로 묶었다. 작은 고장에서 울려 퍼진 선율과 박수, 비와 음악이 어우러진 순간, 영동은 세계와 맞닿은 K-국악이 현장이 됐다.

◆호주서 뛴 국악 홍보대사 구재영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구재영은 지난 8월 말부터 9박 10일간 호주를 찾아 총영사관과 한국영사관을 방문하고 현지에 홍보 플래카드를 설치하는 등 자비를 들여 국악 알리기에 앞장섰다.
그는 “플래카드를 본 현지인들이 ‘굿(Good)’이라고 말해줬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해외에서의 긍정적 반응을 전했다.
구재영은 “임명을 받은 이상 스스로라도 책임감을 갖고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세계 속에 한국 국악을 직접 알릴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가 처음인 만큼 세부 안내와 무대 배치를 보완한다면 관람객들이 더욱 편하게 국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악 홍보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동 국악유산, 세계적 가치 조명
이번 엑스포는 국악의 뿌리를 재조명하는 장이기도 하다. 전 충북도문화재위원이자 한국역사유적연구원인 이재준 고문은 “영동 덕분에 국악을 사랑하게 됐다”며 “신라 화랑 김흠운을 추모해 불린 ‘양산가’와 조선시대 민요 ‘양산도’가 모두 영동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심천면 고당리 난계 박연 선생의 국악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세계국악엑스포가 이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악 덕분에 영동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엑스포 덕분에 국악이 다시 조명된다”며 “‘덕분에’라는 겸양과 감사의 정신이 영동에서 확산된다면 사회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