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언론회, 비판 논평 “구한말 굿판으로 나라 망해”
개신교 매체들, 비판기사로 여론몰이 정치·무교 비난
한국역술인협회, 국민 화합과 종교간 이해 취지 해명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역술인들이 한반도의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재수굿(문화한마당)을 국회에서 연 것을 두고 개신교계가 정치권과 행사를 주관한 무교인들을 맹비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신교계 언론들도 이와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언론몰이를 하는 모양새다.
교회언론회는 ‘국회에서 굿판 벌린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굿판으로 망한 구한말의 역사를 보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총선을 몇 달 앞둔 여당인 새누리당을 몰아세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조선이 폐망한 이유가 무속인들의 무분별한 굿판이었다고 주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회언론회는 “구한말 명성황후는 무속인들의 굿에 빠져 굿판 경비로 국가재정을 고갈시켰다”며 “굿판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매관매직으로 국법질서를 문란케 해 결국 국가를 일본에 내주지 않았는가”라고 힐난했다.
㈔한국역술인협회의 제의를 받고 지난달 29일 오후 1시부터 국회의원회관에서 ‘혜안의 선각들과 함께 하는 2016 병신년(丙申年) 합동국운 발표회’ 장소(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를 제공한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위원장 이이재 의원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국회(입법기관)에서 나라의 태평과 백성들의 안정을 기원하는 재수굿을 열었다는 이유로, 이 의원과 한국 역술인들이 싸잡아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역술인협회의는 사전에 내보낸 보도자료에서 “어느 때보다 국민 모두의 행복한 삶과 국민화합, 국가안보와 평화적 남북통일, 국운융성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여기에는 역술인, 도인, 무교인은 물론 범종교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종교 간의 상호 이해와 화합, 친교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회 재수굿 대한민국의 수치” 주장
한국교회언론회는 국운 발표회와 재수굿 행사를 미개한 무속신앙으로 치부하며, 새누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교회언론회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이 공동으로 굿판을 벌인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통탄할 일”이라면서 “새누리당 종교위원회는 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기 바라며, 재발 방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세계 IT 1위 국가인 최첨단의 대한민국 국회 내에서 여당이 주도해 산신령으로부터 국운의 재수를 받기 위해 굿판을 벌였다”며 “또 역술인들의 예언들을 발표한다는 것은 아무리 종교 간의 대화와 화합의 차원이라고 갖다 붙여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정치권을 겨냥해 “정치인, 공직자들을 막론하고 과학의 첨단시대에 국가의 공공기관 내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요, 재앙”이라며 “교회언론회는 이를 좌시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개한 무속신앙이 아니라 고등종교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 매체들은 이와 관련 소식을 연일 쏟아냈다.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언론 매체의 기자는 본지가 제공한 ‘오민경 재수굿’ 사진을 걸고 ‘무당굿으로 국운을? 국회서 굿판 벌이다니’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박건(경기도 의왕 예전교회) 목사는 “공공기관인 국회에서 굿판이 벌어진 것 자체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전통 보존 차원도 아니고 ‘국운’ 운운하며 국회에서 정식으로 무당굿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비판했다.
◆점치는 크리스천은 정말 없나
이처럼 무속인들이 행하는 굿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이번 논란을 키웠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를 사는 개신교인들은 성경 외에는 보지 않는가. 이와 관련 물음을 던진 미주 크리스찬투데이 모 기자는 ‘점 보는 크리스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2월말 LA 한인타운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무속인의 집을 직접 찾아간 기자는 자신이 듣고 체험한 내용을 실었다. 기자는 신년운세를 물으며 무속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 찾아오는 이들 99%가 아마 기독교인일 것이다” “아주 친한 목사님이 있는데, 그분은 심지어 선교지를 나갈 때도 어디가 좋을지 찾아와 묻기도 한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 목사님들은 특히 가정을 꾸리시기 때문에 특별히 물질과 관련해 조언을 듣길 바란다”는 말이 무속인의 입에서 나왔다.
몇 년 전에는 개신교 대표적인 언론인 ‘기독신문’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종로에서 만난 한 여성 점술가는 “기독교인들도 대략 30% 정도는 점집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며 “대부분 마음이 불안하고 교회에 다녀도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개신교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자신들이 무속신앙으로 치부하는 무속인들을 의지하며 점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개신교계가 국회 재수굿 논란을 키우며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한국역술인협회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