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40여년간 소록도에서 헌신했던 ‘소록도 할매 수녀’가 10여년 만에 다시 소록도를 찾는다.
전남 고흥군은 ‘할매 수녀’ 중 한 명인 마리안느 수녀가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오는 5월 소록도를 찾을 예정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다른 한 명인 마가렛 수녀도 함께 초청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오지 못하게 됐다. 마리안느 수녀도 최근까지 암 투병을 했으나 현재 호전돼 초청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졸업한 두 수녀는 스무살 무렵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처음 소록도를 찾은 건 한센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인연을 시작으로 이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40여년 넘는 시간 동안 환자들과 함께했다.
특히 맨손으로 환자의 상처 부위에 약을 발라주는 치료과정은 당시 한센병 전염에 대한 오해로 국내 의료진조차 꺼려하던 상황에서 큰 충격을 던졌으며, 이들의 헌신은 소록도로 의료 및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렇게 40여년 넘는 시간 동안 헌신하며 소록도 환자들과 동거동락했던 이들에게는 ‘할매 수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러다 2005년 11월 당시 70대 고령이었던 두 수녀는 편지만을 남기고 소록도를 돌연 떠났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소록도에서 과거처럼 일하기에는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다”며 “다른 친구들에게 항상 했던 말, 제대로 일할 수 없고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실천할 때”이라고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이후 오는 5월 소록도 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을 맞아 ‘할매 수녀’가 11년 만에 다시 소록도를 찾게 됐고, 아울러 이들의 헌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흥군은 이들의 희생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선양사업 검토와 노벨상 후보 추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