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동남아시아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복잡한 지정학적 균열을 다루고 있다. 필자인 무사 다마오 평화와 정의를 위한 방사모로 협의회 사무총장은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단순한 양자 갈등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좌우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상이한 입장과 아세안의 집단적 한계를 짚으면서 외교·다자주의·국제 규범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번 칼럼은 지역 현안을 넘어, 세계가 주목해야 할 동아시아의 시험대를 성찰하게 한다.

양안 관계 사이 놓인 동아시아 지정학
남중국해 무역로·에너지 공급망 불안
동남아, 대만과 인적·문화적으로 연결
美 방위조약과 지리적 영향 큰 필리핀
베트남, 中 역사 경험 바탕에 균형 잡아
인니·말레이 다자주의 틀 속 평화 강조
싱가포르·태국은 경제 연속성 중시해
美 안보, 中 경제 이중 의존하는 아세안
합의와 중립 원칙 속 분열 위험 직면
국제 규범, 외교, 다변화 균형 유지해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는 점점 더 중국과 대만 간 긴장으로 정의되고 있다. 주권을 둘러싼 양자 간 분쟁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사안은 사실 동남아시아 전체에 심대한 함의를 지닌다. 동남아시아는 전략적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두 강대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관리하면서 미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고조되는 양안(兩岸) 긴장 속에서 지역 안정성을 지켜야 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세계 무역과 안보 역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다수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국가들과 접해 있는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운송의 3분의 1 이상이 오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통로 중 하나다. 대만 해협의 불안정은 무역로, 에너지 공급망, 재화와 서비스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해역의 교란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의 경제에 충격파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는 대만과 폭넓은 인적·문화적 연결을 갖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을 중심으로 동남아 이주민 수만명이 대만에 거주한다. 이 디아스포라는 잠재적 분쟁 시 인도적 차원을 더하며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가 적대 행위 발생 시 자국민 대피, 보호 조치, 긴급 외교를 고려하게 만든다.
◆국가별 상이한 대응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단일체가 아니다. 중국-대만 긴장에 대한 대응은 그들의 전략적, 경제적, 역사적 요인에 따라 다르다.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대만과 가깝고 이미 미국과 안보적 유대가 있어 특히 민감하다. 필리핀 국민은 대만 내 주요 이주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분쟁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인도적 대응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1951년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의무는 필리핀의 입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정부는 중립과 외교를 강조하지만 더 큰 충돌에 휘말릴 위험이 내재해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베트남은 대만의 주권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하지만 자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움직임에는 항상 경계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교류하는 동시에 미국과 다른 역내 파트너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잠재적 공격을 억제하려는 균형을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지역 안정과 다자주의를 우선시한다. 두 나라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옹호하며 대만 해협의 평온을 유지하려는 아세안의 집단적 접근과 보조를 맞춘다.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는 여전히 강하지만 양안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대립보다 외교와 국제법을 강조한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대만과 직접 인접하지 않지만 지역 경제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깊이 관여한다. 두 나라는 중국과 대만 모두와 강력한 무역 관계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외교적 대화를 촉진한다. 그들의 초점은 군사적 과시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규범에 기반한 안보·상업 틀을 구축하는 데 있다.

◆아세안과 집단적 도전
아세안은 합의, 불간섭, 중립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중국-대만 갈등은 이러한 원칙의 한계를 드러낸다. 회원국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세계 강대국의 외부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아세안은 통일된 입장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만을 둘러싼 잠재적 분쟁은 아세안의 결속을 깨뜨릴 수 있다. 일부 국가는 경제적 의존으로 인해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고 다른 국가는 안보 우려나 역사적 동맹으로 인해 미국 쪽에 설 수 있다. 아세안의 결속을 유지하려면 대화, 신뢰 구축, 집단적 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신중한 외교가 필요하다.
경제적 고려는 동남아시아가 양안 긴장에 임하는 방식을 크게 좌우한다.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인프라·에너지·산업 프로젝트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은 중국의 영향력을 이 지역 전역에 확대했고 이는 발전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외교 협상에서 베이징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동시에 동남아시아 국가는 미국의 안보 보장, 기술 협력, 군사 훈련에 의존한다. 이러한 이중 의존은 미묘한 전략 계산을 낳는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무시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안보 협력은 잠재적 강압으로부터 본질적인 보호를 제공한다. 동남아 지도자들은 두 강대국 중 어느 한쪽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외교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남중국해라는 연결 고리
남중국해는 중국-대만 긴장의 축소판이다. 대만은 이투아바와 프라타스 군도 등 여러 섬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동남아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과 교차한다. 대만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 이미 분쟁이 격화된 이 지역으로 번질 수 있어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높아진다.
분쟁은 해상 교역로를 교란시키고 영토 충돌을 촉발하며 역내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취약성을 인지한 동남아 국가들은 역내 안보 틀을 강화하고 해양 역량에 투자하며 아세안 메커니즘을 통해 긴밀히 조율해 적대 행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결론
중국-대만 균열 속에서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진로는 외교, 다자주의, 실용적 관여에 달려 있다. 개별적으로는 중국의 군사력이나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에 맞설 수 없지만 아세안은 집단적으로 상당한 지렛대를 지닌다. 대화 촉진, 경제적 회복력 강화, 국제법 준수라는 공동 정책을 통해 외부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신뢰 구축 조치, 투명한 소통 채널, 아세안 내부 협력 강화가 동남아시아를 갈등이 아닌 안정의 지역으로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다. 각국은 경제 파트너십을 다변화하고 단일 외부 행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며 자국민과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중국과 대만 사이의 균열은 동남아시아에 복잡한 지정학적 퍼즐을 만들어낸다. 이 지역 국가들은 경제적 번영을 지키면서도 안보를 보장해야 하며 두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역내 단결, 국제 규범 준수, 전략적 다변화를 통해 동남아시아는 이 섬세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대만 해협은 단순한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지역의 회복력·외교·예지력을 시험하는 무대다. 동남아시아가 이 해역을 어떻게 항해하느냐가 향후 수십년간 이 지역의 지정학적·경제적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