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로봇 소리’에 출연한 배우 이성민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홍보 책임감에 잠못 이루지만
해내야 하는 몫이라 생각해
관객 입소문 났으면 좋겠다

실종된 딸 찾는 아버지 역할
중3 딸 있어 이해하기 쉬워

영화 선택 결정적 이유 ‘대구’
연기생활 시작한 제2의 고향
촬영 전에 중앙역 찾아 추모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부당거래’ 부장검사, ‘손님’ 촌장, ‘골든 타임’ 최인혁, ‘더킹 투하츠’ 이재강, ‘미생’ 오상식 등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으로 조연 자리를 지켜온 배우 이성민이 이번엔 원톱 주연으로 영화 ‘로봇, 소리’를 이끈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며칠간 계속된 홍보 강행군에 지쳤을 법한데도 인터뷰 내내 겸손하고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말끔한 세미 정장 차림에 악수를 먼저 청하는 모습에 추운 날씨처럼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뒤 내 배역이 몇 번째인지 세지 않는다. 다 읽고 나서 ‘내가 뭘 하면 될까?’라고 되물어 본 적도 있다”라며 “맡은 작품 가운데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똑같았다. 대신 전체 밸런스는 생각했던 것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됐구나’라는 생각 없이 촬영에 임해서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편집본을 본 뒤 상의하고, 영화 홍보하는 게 주인공이 당연히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영화개봉 준비하고 홍보를 시작하니 부담감과 책임감이 ‘확’ 오더라고요. 요즘 잠도 계속 못 자고, 소화도 안 되고, 그 묘한 불안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해내야 하는 게 몫이겠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고 합니다. 관객들이 ‘생각보다 재밌다! 괜찮다! 꼭 봐라!’라고 입소문 냈으면 좋겠어요.”

로봇과 실종, 부성애라는 이색적인 설정. 영화 ‘로봇, 소리’는 로봇이라는 생소한 소재와 부성애라는 익숙한 소재가 만나 색다른 감동을 전하는 휴먼 로봇 감동 드라마다. 이성민은 이번 영화에서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 해관 역을 소화했다.

상대 배역이 로봇이기에 연기가 쉽지 않았을 터. 이성민은 ‘소리’의 움직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장면을 만들 때 ‘어떤 게 효과적일까’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할까’ 궁리를 많이 했다”며 “‘소리’의 움직임은 예전에 인형극장에서 인형극을 했던 경험을 참고했다. (인형극처럼) 전원을 빼면 머리를 숙이고 꽂으면 머리를 드는 게 그 예다. 작은 움직임 하나도 있으면 뭔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말했다.

영화가 끝날쯤엔 로봇 ‘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상대 배우였다. 그는 ‘소리’의 빨간 왼쪽 눈을 보며 연기했다. 최근 ‘소리’의 거취가 로봇제작사로 정해졌을 때도 이성민은 “잘했어. 거기 가는 게 맞아. 계속 충전해줘야 하는데 그게 맞지”라고 말하며 무릎을 ‘탁’ 쳤다.

▲ 영화 ‘로봇 소리’에 출연한 배우 이성민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딸이 있어서 해관의 입장을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아요. 아이의 성장 과정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 딸을 키우는 아빠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실제로 겪었으니까요.”

해관은 절대 영웅도, 특별한 아버지도 아니다. 특별한 모습이 없는 주위에 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딸이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것이 일상이 돼 버린 아버지가 세상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통해 마지막 희망을 품는 모습. 해관의 인간적인 부분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이성민은 설명했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하죠. 딸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비슷하니까요. 해관의 방식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부성이고 아빠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는 중3이 되는 딸의 한마디 말에 울고, 웃는 살가운 아빠다. 딸에게 “친구들한테 아빠 영화 재미있다고 얘기 좀 해줘”라고 말하면 딸은 “안 본 영화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며 발끈한다. 이성민은 “내 영화를 본 딸은 재밌었으면 엄지를 ‘척’ 내민다. 안타깝게도 그런 적은 별로 없고 대부분 ‘지루해’ ‘길어’라고 말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라 말하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도 그는 여행을 많이 못 가더라도 같이 있어 주려고 한다.

영화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영화의 배경인 대구라는 지역 때문이다. 대구의 한 극단에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사명감을 가져서 뭘 해보자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대구에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약간 설레기도 했다”며 “성인이 돼 정착하고 살았던 대구는 제2의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영화 ‘로봇, 소리’ 스틸. (사진제공: 영화인)
게다가 영화의 소재인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사건은 그에게도 의미가 각별하다. 영화 ‘로봇, 소리’ 팀은 실제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소재로 썼기 때문에 조심하고 신중했다. 이호재 감독과 이성민 등 배우들은 촬영 전에 스태프들과 함께 대구에 있는 추모비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성민은 촬영 중간에 대구 중앙역을 찾아가기도 하고, 언론시사회 전 홀로 추모비에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라는 게 그 이유다.

“누군가의 아픔을 끄집어내는 게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촬영도 조심스럽게 했고 사건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도 절제했어요. 관객들은 영화 말미에서 ‘대구 지하철?’이라고 되새기며 가슴을 망치로 맡은 느낌일 거예요.”

주연까지 맡았지만 아직 그는 ‘스타’라는 말을 어색해한다. 이성민은 “드라마 ‘골든타임’ 끝나고 ‘난 스타가 아니다’라고 부정해왔다. 지금은 (자신을 부정하는 게) 실례일 것 같아서 배우라는 것은 인정한다”며 “아직도 나는 집 앞에 나가서 분리 수거하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다. 결혼 후 주목받기 전까지의 생활이 길고 익숙해져 있다. 내 환경이 확 바뀐 것에 대해 적응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중들이 알아보는 등 일상에서 많은 불편함이 있다. ‘미생’ 때 오상식 이미지가 좋아서 시비가 붙어도 나는 웬만하면 그냥 가자고 하고 집사람이 나선다”며 “나는 의식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힘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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