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로봇 소리’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이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요? 없습니다. 제 코가 석 자죠.”

재치있다. 대화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웃을 땐 반으로 접혀 같이 미소 짓게 만드는 눈은 연기에 돌입하면 광기 어린 눈빛으로 변한다.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연기파 배우 이희준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후배를 챙기는 행동파 선배였다. 연기생활 17년의 빛나는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겸손했다.

이번에 그는 영화 ‘로봇, 소리’에서 주인공 해관(이성민 분)과 로봇 ‘소리’를 쫓는 국정원 직원 진호 역으로 관객을 찾는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의 홍보 일정이 겹쳐 지칠 법한데도 신중을 기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Q: 영화 ‘로봇, 소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한참 제안받았던 대본 중에 가장 소재가 독특해 눈에 띄었고 궁금했다. 그땐 이성민 형이 캐스팅되기 전이어서 주인공 해권이 되는 줄 알았는데 해권을 맡기엔 아직 20대라 내가 할 수 있는 게 진호 역이었다.(웃음)

Q: 17년간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많은 작품을 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첫 번째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그 역과 그 대본에 제가 흥미를 느끼고 공감이 가야 한다. 내가 연기하면서 ‘재밌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계속 쫓아가더라. 흥미를 느끼고 공감 가는 시놉시스를 만나면 심장이 뛴다. 두 번째는 평범한 사람들의 있을법한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다. 나도 역시 평범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실수하고 부족하지만 잘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것조차 잘 안 되고 나쁘게 하려고 해도 안 된다. 그런 잘 안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끌리고 공감이 간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Q: ‘로봇, 소리’ 국정원 직원 진호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냉철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과 비슷한가.

진호는 야망가로, 나랑 전혀 비슷하지 않다. 국정원이라는 직업은 딱 봐도 요원이라는 게 느껴져서 흥미가 덜 했다. 그래서 인물이 줄 수 있는 위트를 만들었다. 안하무인 요원이 엄마와 통화할 때 다른 목소리로 바뀌어서 “엄마”라고 하면 관객들에게 공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엄마와의 통화 장면은 영화보다 더 많았지만 편집했을 때 러닝타임이 길어져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돼 편집됐다. 아쉽기만 제가 감독이어도 그렇게 편집했을 것 같다.

Q: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도 재밌던데, 설정인가.

친동생이 석탄 수입하는 바이어인데 동생도 대구 사람이라서 영어쓸 때 사투리를 쓴다. 정말 유창하게 하는데 촌스럽다. 저는 매우 유창하지만(웃음). 동생이 영어를 녹음해주고 듣고 연습해 동생이 말하는 투로 했다. 영어를 쓰는 장면 중에 단어를 생각하느냐고 뜸을 들이는 부분이 있어 웃음을 자아내는데 실제로 동생도 그렇게 한다.

Q: 역할을 맡으면 어떤 방법으로 분석하나.

취재를 많이 한다. 취재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한다. 연기에 반영되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그 취재를 즐긴다. 해무를 할 땐 실제 그 나이의 선원을 만나서 맥주도 한잔 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또 ‘고민은 뭘까’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고민해서 그 역할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다양한 직업군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은 좋은 것 같다.

▲ 영화 ‘로봇, 소리’ 스틸. (사진제공: 영화인)
Q: 결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결혼 준비는 잘하고 있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가장 따뜻한 순간은 지금이 아닐까 한다. 한국 커플이 결혼을 준비할 게 상당히 많더라. 간소화하더라도 할 게 많아서 차근차근 해나가는 중이다. 결혼도 너무 일찍 알려져 부담되긴 한다. 원래 주위에 이혼한 사람들이 많아 결혼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대화가 잘 통하고, 편하고,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 이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미술관에서 하고 싶어서 손잡고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까 1~2주 뒤에 전화 오더라. 워낙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두 분 사귀시죠?’라고 묻길래 ‘네’라고 답했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좋은 영화에 맞는 연기를 해내서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보는 사람들한테도 이 즐거움이 전달돼 내 작품으로 인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살맛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60~70대가 됐을 땐 (관객들이) 내가 선택한 필모그래피와 역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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